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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가상자산 전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화폐와 같은 디지털자산 관련 사기(스캠) 규모는 지난 2017년에서 2021년 사이에 약 34조7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약 4조6000억원 규모로 발생하며 피해자 한 명당 스캠 피해액은 130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국내 정보기술(IT) 보안 기업인 안랩 역시 올해 5대 사이버 보안 위협 요소 중 하나를 ‘개인 가상자산 지갑을 노린 범죄’라 지정하며 관련 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① 러그풀 : 코인 개발 명목비로 거액 챙긴 후 잠적
가상화폐를 이용한 대표적인 사기로는 ‘러그풀(rug pull)’이 있다. 러그풀 용어의 유래는 ‘양탄자를 잡아당겨 그 위에 있는 사람을 넘어트린다’에서 왔다. 가상화폐를 개발한다며 투자 자금을 모은 뒤, 갑작스럽게 개발을 중단하거나 투자금을 챙겨 잠적하는 행태가 양탄자를 급하게 잡아당기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위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
러그풀은 업비트와 같은 중앙화 거래소(CEX)보다는 유니스왑 등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자주 발생한다. 그 이유로는 탈중앙화 거래소에선 모든 사용자가 단순히 형식만 갖춘다면 비용 없이 코인을 상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인을 상장할 때 기관이나 거래소로부터 감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트위터 캡처 |
러그풀의 사례로는 지난 2021년 발생한 ‘진도지 코인’과 ‘오징어게임 코인’이 대표적이다. 진도지 코인은 비트코인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지코인에서 착안해 개발된 코인이다. 도지코인은 일본의 시바견의 이미지를 활용했지만, 진도지 코인은 진돗개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애초 진도지 코인 개발자는 대체불가토큰(NFT) 구입 등에 코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거액의 투자금이 모이자 전체 물량의 15%를 매도한 후 관련 홈페이지와 텔레그램 대화방을 폐쇄하고 잠적했다. 결국 진도지 코인은 이틀 만에 97% 넘게 가격이 폭락하며 수십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발생시켰다.
진도지 코인과 같은 해 개발된 오징어게임 코인도 러그풀의 또 다른 대표적인 예시다. 오징어게임 코인은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착안한 코인으로, 드라마 열풍을 타고 한때 가격이 발행가 대비 2428% 폭등한 34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오징어게임 코인 역시 개발자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며 전 세계적으로 4만3000여명이 넘는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② 돼지 도살 : 초기 수익 돌려주며 안심하게 하고 거액 받으면 잠적
최근 등장한 사기 유형으로는 ‘돼지 도살(Pig Butchering)’이 있다. 돼지를 살찌운 뒤 도살하면 많은 고기를 얻게 되는 것처럼, 처음에 소액의 수익을 돌려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이후 투자 규모를 늘린 다음 거액을 가로채는 수법을 뜻한다.
돼지 도살은 대개 사기꾼들이 피해자들에게 SNS 등을 통해 접근한 후, 자연스럽게 가상화폐와 같은 디지털자산에 대한 투자를 권유한다. 이어 초반에는 피해자가 돈을 벌 수 있도록 수익을 되돌려 주면서, 점차 투자 규모를 높이도록 유도한다.
일러스트=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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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금 고액을 투자한다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꼬드긴 다음, 피해자가 거금을 입금하면 이를 가로챈 후 잠적하는 방식으로 돈을 취한다.
돼지 도살 스캠은 원래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권에서 유행했으나, 최근 미국과 같은 영어권 국가로도 확산 중에 있다. 피해자가 늘어나자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10월 돼지 도살의 수법과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호주 역시 지난해 돼지 도살 스캠으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호주 공영방송 ABC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된 돼지 도살 피해액만 약 4조원 정도로, 2년 만에 2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 개발자 정보나 백서 내용 부실하면 사기 의심하라
전문가들은 러그풀, 돼지 도살과 같은 가상자산 스캠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해당 코인이 제3자로부터 감사를 받았는지, 또한 특정 지갑에 그 개수가 지나치게 많이 편중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이러한 스캠을 예방하기 위해선 개발자의 약력 등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 등도 고려돼야 한다며 관련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석문 코빗리서치 센터장은 “가상자산 시장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시장이기에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는 불안정한 곳”이라며 “진입하기 전 특정 코인의 백서를 읽어보며 개발자 신원과 같은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초보자들은 러그풀과 같은 스캠에 대응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따라서 초보자라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코인만 구매하고 출처가 베일에 싸여 있는 알트코인엔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정보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백용기 한국 지사장은 “낮은 위험 부담에 높은 수익을 약속하거나 개발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스캠을 의심해볼 만 하다”며 “스캠 위험 신호 예시 등 공공 기관과 민간이 서로 힘을 합쳐 블록체인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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