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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밸류업 기대주 선제 투자”… 저평가 중소형주 비중 키우는 가치투자 큰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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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미국계 금융투자회사와 국내 자산운용사 등 ‘큰손’들이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가치투자사가 수집하는 종목은 향후 주주환원 등도 기대할 수 있어 참고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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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챗GPT 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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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2일 장 마감 후 브이아이피(VIP)자산운용은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자동차 부품사인 피에이치에이(옛 평화정공) 지분 5.06%를 신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금액으로 치면 약 100억원 규모다. VIP운용은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혔다.

1985년 설립된 피에이치에이는 현재 현대차·기아 등 15개국 58개 완성차 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66억원, 2022년 229억원, 2023년 483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415억원이다. 연간 이익이 전년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 기준 피에이치에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500억원이다. 시가총액(2010억원)의 70%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채 비율도 25.83%로 양호한 축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부채 비율이 50% 이하면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3.24배, 0.27배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기업 청산가치보다 낮게 거래된다는 뜻이다. 통상 PBR이 낮을수록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된다.

VIP자산운용뿐 아니라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코페르닉 글로벌 인베스터스도 지난달 22일 피에이치에이 지분 5.03%를 확보했다. 코페르닉은 올해 3월 LG유플러스 지분을 6.12%로 늘리며 3대주주로 올라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신영자산운용도 피에이치에이 지분 5.03%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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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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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운용사들이 최근 피에이치에이만 수집한 건 아니다. VIP자산운용은 이달 21일 합성피혁 제조사 백산(5.31%)에 이어 22일에는 분체이송시스템 전문기업 디와이피엔에프(5.03%) 지분을 신규 취득했다. 앞서 9월 10일에는 환급업무 대행사 글로벌텍스프리 지분도 기존 6.94%에서 8.81%로 확대했다. 모두 시총이 1300억~2800억원대 중소형주다. 디와이피엔에프의 PBR은 0.97배로 낮은 편이고, 백산과 글로벌텍스프리 PBR은 각각 1.37배, 2.46배로 보통 수준이다.

신영자산운용은 올해 7월 5일 시총 1700억원대의 인공지능(AI) 통합 보안 설루션 전문기업 슈프리마 지분 5.16%를 매수했다. 슈프리마 역시 PBR이 0.79배로, 1배가 안 되는 저평가주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베어링자산운용도 지난달 8일 정보보안업체 윈스(5.04→6.04%) 지분을 늘렸다. 9월 9일에는 특수가스 전문 생산기업 원익머트리얼즈(8.30→9.40%) 지분도 확대했다. 시총 2000억원 안팎인 이들 기업의 PBR은 각각 1.01%, 0.50%로 낮은 편이다.

최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이 심화하고 삼성전자 등 주요 대형주가 흔들리자 가치투자 운용사들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성장 여력이 큰 저평가 중소형주 비중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저평가 기업은 주주환원책이 부실한 경우가 많은데, 향후 실적 성장과 함께 이들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밸류업) 방안까지 제시한다면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가치투자 운용사의 중소형주 지분 매입은 개인 투자자에게 기업의 저평가 여부와 잠재적 성장성을 판단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유동성이 적어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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