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나락 떨어진 TSMC
쉼없는 R&D로 삼성 넘어서
최근 韓경제 말 그대로 처참
규제만 풀어도 싹 달라질 것
산업구조조정도 한시가 급해
이를 막는자 경제위기 초래범
쉼없는 R&D로 삼성 넘어서
최근 韓경제 말 그대로 처참
규제만 풀어도 싹 달라질 것
산업구조조정도 한시가 급해
이를 막는자 경제위기 초래범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 일러스트. 연합뉴스 |
2012년 무렵, 대만은 IT산업 최악의 시기였다. 반대로 삼성은 역대 최고로 잘나갈 때였다.
최근 한국어판이 나온 ‘TSMC, 세계 1위의 비밀’이라는 책에선 이렇게 묘사했다.
“당시 대만은 중국의 엄청난 성장세와 삼성이라는 강적과의 경쟁에 밀려 많은 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었다. 대만의 D램, 패널, LED, 태양에너지 기업이 대부분 파산하거나 거액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고, HTC의 스마트폰도 삼성,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 속수무책으로 패했다. 그때가 대만 IT산업의 암흑기였다.”
특히 2014년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14나노 양산까지 성공하자 TSMC는 발칵 뒤집혔다. 한마디로 처참한 상황이었다.
이때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이 특단의 조치를 감행했다. 일명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다. 생산라인에 적용했던 3교대 근무를 연구개발(R&D) 분야에 도입했다. 24시간 쉼 없이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체제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200여 명에 불과했던 연구조직이 이제 1만명을 넘볼 정도다. ‘칩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는 전날 밤에 문제를 지적하면 밤새 연구해 바로 다음 날 아침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TSMC를 어떻게 이길 수 있겠냐고 말한다.
그 뒤로 불과 10년. 상황은 극적으로 역전됐다. 대만은 AI반도체 산업의 허브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한국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단두대 칼날 아래에 목을 내놓은 형국이다. 경쟁에서 밀려 제대로 돈을 버는 기업이 없고, 내수는 이미 무너졌다. 10년 전 대만보다 더 처참한 실패와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당장 내수 살리기에 모든 정책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길바닥에 나앉을 판인데 건전재정을 고집할 순 없다. 돈을 풀고 금리도 낮춰야 한다. 전 국민 푼돈 나눠주기가 아닌 선택과 집중이 필수다. 중소 자영업자 집중 지원책이 우선이다. 이를 막는 자는 사상 유례없는 경제위기 초래범이 될 것이다.
재정이 부족하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돈이 안 드는 규제 철폐부터 서둘러야 한다. 기업은 뛰겠다는데 관료들 면피를 위해 만든 규제가 산처럼 쌓였다. 기업의 발목을 붙잡아선 안 될 일이다. 대표적인 게 주 52시간 규제다. 근무시간을 딱딱 끊어서 계산하기 힘든 연구개발이나 서비스업종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다. 좀 더 일을 하고 싶어도, 납기를 맞추고 싶어도 법이 허락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위기에 처한 반도체업계만이라도 완화해달라고 하겠는가. 주 52시간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폐해는 이미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인건비 부담에 1만원짜리 칼국수가 나왔고, 한곳에서 오래 근무를 못하니 다른 식당이나 배달일까지 뛰어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투잡 인생이 여기서 출발했다.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규제부터 풀어만 준다면 분위기는 확 바뀔 것이다. 이를 방해하는 자가 위기 초래범이다.
위기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산업 구조조정이다. 화학업종을 비롯한 많은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 과당경쟁을 펼치다 고사 위기에 처했다. 빅딜이든 구조조정이든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그래야 향후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산업발전 전략이 가능해진다. 나중에 책임지기 싫어서 손을 놓고 있다면 그들이 바로 위기 초래범이다.
제조업 모범생이었던 독일 경제가 최근 완전히 무너지는 모습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에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렇다 할 대응이 안 보인다. 국민은 당장의 먹고사는 걱정을 하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언제까지 도덕적으로 살 방법만 궁리할 것인가. 야당은 발목 잡는 죄, 정부여당은 직무유기죄다. 그리고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송성훈 산업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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