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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김만배-권순일 '재판거래' 수사 왜 늦어지나…검찰 "우선 순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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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검찰은 “엄정수사 방침은 확실하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김만배씨가 판결을 전후해 권 전 대법관을 계속 만났고, 김씨가 원하는 판결이 나왔으며, 이후 권 전 대법관은 김씨 회사에 합류했다”며 “‘재판 거래’를 충분히 의심할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간부도 “의혹이 사실이면 국가의 근간인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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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전 대법관. 중앙포토


하지만 일선 수사팀의 움직임은 2021년 12월 이후 멈춰 있다. 당시 검찰은 대법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유·무죄 판단의 기초가 되는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임의 제출해 달라고 요청도 했지만, 대법원은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검찰의 대법원 관련자 소환이나 영장 재청구 등의 시도는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유동규·남욱·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의 비리와 정진상·김용 등 이재명 대표 측근 의혹 등 사건 본류에 수사력을 집중해왔다”며 “재판거래 의혹이나 이른바 ‘50억 클럽’ 등에 대해서도 수사 의지가 확실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근 ‘박영수 전 특별검사 자녀의 대장동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 등 50억 클럽 사건을 수원지검에서 넘겨받으며 기초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화천대유에 입사한 자녀가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서도 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재판의 한 상대방인 검찰이 전직 대법관과 대법원을 수사하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난이도로 치면 대장동 수사 중 재판거래 의혹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며 “관련 물증이나 주변인 진술을 찾기 어렵고, 사법부의 최고위층을 겨냥한 수사라는 점에서 법원 역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를 보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사법농단’ 사건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법원 수뇌부를 구속 수사해 재판에 넘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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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포 혐의에 대해 대법원의 무죄취지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진 2020년 7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경기도청 본관 로비에서 입장 발표를 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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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권 전 대법관 사안과 관련해) 조사를 통보하거나 질의한 것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선 ‘재판거래’ 의혹은 권 전 대법관과 김만배씨 사이의 문제이지 재판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판사는 “언론에선 ‘당시 무죄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고 하는데 원래 보고서는 유·무죄 보고서 둘다 작성한다. 보고서 비공개 설정도 큰 사건일 경우 흔한 일이고, 특정 대법관이 특정 연구관을 지목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또다른 판사는 “권 전 대법관 의혹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검찰이 당시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거나 당시 보고서를 확보한다 해도 그것만으로 위법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전 대법관이 왜 무죄 의견을 냈는지, 그 과정에서 김만배씨의 청탁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들만 아는 일”이라는 얘기다.

‘재판 거래’ 의혹은 김만배씨가 권 전 대법관을 수차례 찾아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사건을 청탁했다는 의혹이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 이 대표가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1심에선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선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이 나왔다. 대법원은 2020년 7월 2심을 다시 뒤집어 이 대표에 대해 무죄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두 달 뒤 퇴임한 권 전 대법관은 그해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했다. 대법원 판결 4개월 만에 대장동 개발 관련 회사에 취직한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최근 변호사 업계 등의 반대에도 변호사 등록을 마쳤다.

김철웅·김민중·오효정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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