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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소년중앙] '집토끼 산에 풀면 산토끼 될까' 죽은 토끼 되기 십상…위법행위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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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이 시작됐습니다. 토끼목 토끼과 포유동물인 토끼는 오래전부터 꾀가 많고 귀여운 동물로 인식됐는데요. 꾀를 부려 위기를 탈출하는 내용의 『토끼전』과 달에서 방아를 찍는다는 전설, 동요 ‘반달’의 주인공으로 소중 독자들도 토끼가 친숙할 겁니다. 그런 토끼가 함부로 버려져 유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사단법인 봉사하는 우리들 산하 시민단체인 토끼보호연대를 만나 토끼가 처한 현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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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피해 굴에 들어간 토끼. 주변에서 흔히 키우는 토끼는 굴토끼를 품종 개량한 것이다. 굴토끼는 땅 밑에 굴을 파고 집단으로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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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주인공 토끼 운명, 사람 손에 달렸다



토끼는 크게 산토끼라 불리는 ‘멧토끼(hare)’, 집토끼로 알려진 ‘굴토끼(rabbit)’로 나뉩니다. 우리나라의 멧토끼(Lepus coreanus Thomas·Korean hare)는 주로 야산에 살고 몸길이 45~50cm, 털은 보통 회색을 띠어요. 우리나라 전 지역에 분포하지만 그 수가 감소하고 있어 지역에 따라 고시를 통해 보호하기도 하죠.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 굴토끼입니다. 몸길이 약 40cm로, 멧토끼보다 앞발이 짧은 편이죠.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굴토끼란 이름처럼 땅속에 굴을 파고 집단으로 생활하며 서열 사회가 존재한다는 등의 습성이 멧토끼와 다릅니다. 본질적으로 굴토끼와 멧토끼는 유전적 성질이 달라 교배도 불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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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보호연대가 모니터링하는 서울시 동대문구 배봉산 유아숲체험장 토끼사육장에는 현재 토끼 40여 마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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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굴토끼는 유럽이 고향인데요. 1900년대 일본에서 수입해 사육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식량정책 일환으로 가축용 중형 토끼가 수입됐고, 1990년대부터는 반려동물용 토끼가 들어왔죠. 현재 사람들이 키우는 굴토끼는 반려동물용으로 품종 개량한 것이고, 대부분 다양한 품종이 섞인 믹스종이에요. 미국토끼브리더협회(ARBA)에 따르면 반려토끼로는 믹스종, 눈 주위에 검은 테두리가 있는 ‘드워프 오토’, 얼굴 주변에 수사자처럼 갈기가 풍성한 ‘라이언 헤드’, 귀가 축 처진 ‘롭이어’ 등 49종이 공인돼 있습니다.

반려토끼로 품종 개량한 경우 8~15년 정도 사는데요. 야생에 유기하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금방 죽을 수 있어요.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토끼는 개·고양이·페럿·기니피그·햄스터 등과 함께 반려동물에 해당하고, 유기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하지만 집이나 학교·기관 사육장에서 키우다가 유기하는 경우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요. 2018년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공원, 2020년 서울시 동대문구 배봉산 유아숲체험장 토끼사육장, 2021년 인천시 송도 센트럴파크 공원 토끼사육장(토끼섬), 2022년 경기도 군포시 수리산 토끼 집단 유기 사건이 대표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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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맨 왼쪽) 활동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배봉산 유아숲체험장 토끼사육장과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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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봉산에서 만난 토끼들

동대문구가 관리하는 배봉산 유아숲체험장 토끼사육장은 토끼보호연대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강윤서·목윤서 학생기자와 이래나 학생모델이 토끼보호연대 김지수 활동가를 만났어요. “토끼보호연대는 유기된 토끼들을 구조하고, 배봉산 토끼사육장처럼 문제가 됐던 곳을 모니터링합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서 유기토끼보호소이자 전국 최초 소동물입양센터인 ‘꾸시꾸시’도 운영하죠.” 김 활동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안내한 배봉산 토끼사육장은 현재 토끼 40여 마리가 살고 있으며,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게 관리합니다. 눈이 오고 날이 추워 많은 토끼가 굴 안에서 나오지 않고 몇 마리만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2019년 서울시 동대문구가 주민들을 위해 배봉산에 토끼 20마리가 사는 사육장을 설치했어요. 하지만 1년 새 토끼 수가 100여 마리로 늘어났죠. 번식력이 강한 굴토끼는 생후 4개월부터 임신이 가능하고 1년에 4~8회, 한 배에 3~9마리를 낳는데요. 이런 특성이 개체 수 증가의 원인이 됐습니다. 수가 늘어난 토끼를 관리하기 어려워지자 구청이 무료 분양했는데, 얼마 뒤 토끼들이 유기되기도 했죠. 사육장 내부도 제대로 청소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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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봉산 유아숲체험장 토끼사육장 토끼들의 상태를 살피는 목윤서·강윤서 학생기자·이래나 학생모델(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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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보호연대와 다른 동물권단체는 동대문구와 2020년 7월 ‘토끼관리 보호 협약’을 맺고 토끼 중성화, 사육장 실태 모니터링 등을 맡았죠. 동대문구도 토끼들의 건강을 책임지며 추가 반입과 번식을 막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후 폭우가 쏟아져 사육장 지반이 무너지고, 비를 많이 맞은 토끼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죠. “구조한 토끼들을 저희 보호소로 옮겼는데, 모두 수용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큰 토끼들은 중성화해 다시 사육장에 방사·관리하고 있죠. 동대문구에서 고용한 직원이 6개월에 한 번 사육장에 나와 관리하지만, 그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토끼가 아프진 않은지,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주에 한 번씩 오고 있어요.” 마냥 토끼들을 귀엽게만 보던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 활동가의 말에 사뭇 진지해졌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 활동가를 도와 토끼들을 살피려 나섰어요. 하지만 이리저리 도망가는 토끼들을 살피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죠. “건강한 토끼들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움직임이 빨라요.” 김 활동가가 토끼 한 마리를 들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여줬어요. “코를 살짝 다쳤는데 다행히 치료할 정도는 아니에요. 토끼들은 서열 문화가 있어서 싸우다 상처를 입기도 하죠. 이번에는 병원에 갈 토끼가 없어 다행이에요.” 토끼들의 상태는 괜찮았지만, 먹는 물은 얼었고 먹이의 양도 많지 않았는데요. 김 활동가는 “이전엔 다른 동물권단체와 함께 사육장을 관리하면서 먹이·청소 등 필요한 것들을 취합해 동대문구에 민원을 넣었는데, 지금은 토끼보호연대만 이곳을 모니터링하고 민원을 넣어도 해결이 빨리 안 되는 상황”이라며 걱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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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김지수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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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 주변이 많이 더러워지면 동대문구에 민원을 넣어 청소하게끔 하며, 토끼들이 돌아다니다 다치지 않도록 파이프·받침대 등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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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토끼보호소 ‘꾸시꾸시’서 만난 토끼들

배봉산 토끼들을 살핀 뒤엔 수원으로 이동해 토끼보호연대가 운영하는 유기토끼보호소 ‘꾸시꾸시’를 방문했어요. 풀 냄새가 가득한 이곳에선 김 활동가와 함께 최승희 활동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안내했죠. “토끼보호연대는 봉사자(활동가)들이 모여 2018년 만든 시민단체예요. 대부분 동물단체는 개·고양이 같이 큰 동물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우리가 토끼처럼 작은 동물을 대변해 보자고 해서 토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겁니다. 현재 활동하는 봉사자는 40명 정도로, 유기토끼들을 꾸시꾸시에 임시보호하고 입양도 보내죠.”(최) 목윤서 학생기자가 “꾸시꾸시에서 보호하는 토끼들은 몇 마리인가요?”라고 물었어요. “현재 토끼 80마리를 보호하고 있어요. 공간이 부족해 그중 일부는 임시보호 신청을 받아 그분들의 집에서 지내죠. 지금까지 오간 토끼들은 300마리가 넘어요.”(김)

토끼보호연대는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공원 유기토끼 사건이 뉴스로 알려진 2018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2015년 한 노부부가 암수토끼 한 쌍을 몽마르뜨공원에 유기했는데요. 그 토끼들이 번식해서 개체 수가 늘어나며 다른 사람들도 토끼를 버리는 곳이 돼 버렸죠. 2018년 가을, 몽마르뜨공원에 사는 토끼는 100여 마리나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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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시꾸시에서 보호 중인 토끼에게 건초를 주고 있는 목윤서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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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토끼보호연대가 만들어지기 전이라, 토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동물자유연대에 이 사태를 이야기했어요. 동물자유연대에서는 유기토끼 포획·임시보호에 도움을 줄 봉사자들을 모집하면 중성화 수술비를 대주겠다고 했고, 서초구청에서는 토끼들을 다시 방사했을 때 급식소를 운영하겠다고 했죠. 그해 겨울 이전에 토끼들을 중성화해 일부는 입양 보내고, 40여 마리를 다시 방사했어요. 이후 3년간 봉사자들이 조를 짜서 매일 방문했지만, 계속 다친 토끼, 죽은 토끼가 나왔어요. 그래서 상태가 안 좋은 12마리를 다시 데려왔죠. 2021년 11월에 몽마르뜨공원에 남은 마지막 한 마리를 데려오며 서초구청에 요청했어요. 앞으로 이곳에 토끼가 보이면 새로 유기된 아이니까, 유기토끼가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관리해달라고요. 또 급식소를 보고 사람들이 토끼를 유기할 수도 있으니 급식소도 철거해달라고 했죠.”(최)

2021년 1월에는 ‘토끼섬’이라고 불렸던 인천시 송도 센트럴파크 토끼사육장에 주목했어요. 2012년부터 무려 9년이나 토끼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게 드러났거든요. “저희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풀뜯는 토끼 동산’에 2014·2016년 토끼섬 관리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을 넣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제보가 나왔죠. 알아보니 2012년 처음 공원 내 인공수로에 토끼섬을 만들었을 땐 5마리였지만,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2020년 여름엔 73마리가 됐죠. 그 사이에 100여 마리 정도가 됐다는 목격담도 있었어요. 9년 동안 굶어 죽고 얼어 죽고 토끼섬 주변의 물에 빠져 죽고 해서 73마리가 된 거죠.”(최)

“개체 수가 늘자 관리 주체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시설공단은 공단 산하 영종공원사업단과 인천시에서 운영하는 월미공원사업소에 각각 20마리를 보냈어요. 그 뒤 33마리 중 15마리가 병사하며 남은 18마리에 대해 저희가 건강 상태·사육 환경을 공개하고 입양가족을 찾아주자고 제안해 받아들여졌죠. 영종공원사업단에서 관리하는 씨사이드파크 토끼장도 찾아가 그곳을 폐쇄하고 토끼들을 다 분양했어요. 다만 토끼섬의 18마리를 한 번에 다 꾸시꾸시에 데려오기엔 공간이 부족해 순차적으로 데려오며 계속 토끼들 상태를 파악하고 있습니다.”(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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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발바닥에 말랑말랑한 패드가 없고 털로 덮여 있어 바닥에 부드럽고 푹신한 이불 등을 깔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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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 아닙니다. 2022년 7월엔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토끼 40여 마리를 경기도 군포시 수리산에 집단 유기한 사건이 있었어요. 학교에서 키우던 토끼가 중성화 미비로 60여 마리로 늘어나자 그중 20마리는 가정에 분양하고 40여 마리는 산에 풀어놓은 겁니다. 토끼보호연대가 나서 30여 마리를 구조했죠. 이래나 학생모델이 “토끼보호연대 활동을 통해 어떤 효과가 있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수리산 사건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이 유치원 포함 초·중·고교 내 동물사육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동물보호와 반려동물 관리 등에 대한 교육도 강화한다는 방침을 냈죠. 활동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주고, 반응해줘서 조금이나마 토끼들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됐어요. 네이버 해피빈 모금이나 가정 임시보호 신청에도 토끼를 위해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시고요. 봉사자 신청도 받는데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에요.”(김)

토끼 전용 케이지에서 보호 중인 토끼들을 보던 강윤서 학생기자가 “꾸시꾸시에서 토끼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질문했죠. “토끼는 개·고양이 발바닥에 있는 말랑말랑한 패드가 없고 털로 덮여 있어요. 단단한 바닥에 오래 있으면 털이 빠지고,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고, 쉽게 미끄러지죠. 심하면 비절병(발바닥 피부염)이 생기는데요. 그래서 바닥에 부드럽고 푹신한 이불을 깔아줘요. 토끼 전용 케이지는 사이 공간이 촘촘한 것으로 구매해 토끼 발바닥에 부담을 덜어주죠. 이불 빨래와 건조, 청소는 물론이고요. 케이지 생활을 오래 하면 토끼들이 우울해지고 근육이 약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작지만 ‘운동장’이라는 공간도 만들어 토끼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운동할 수 있게 합니다. 넓고 좋은 공간에서 토끼를 보호하면 좋겠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토끼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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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최승희(맨 오른쪽부터) 활동가는 소중 학생기자단과 인터뷰에서 “고통받는 토끼들이 없어져, 토끼보호연대도 없어지는 게 목표”라며 유기토끼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무분별한 번식 막고 집 잃은 유기토끼 구하려면

김 활동가는 “토끼는 아침·점심·저녁을 나눠 먹이를 먹지 않는다”며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토끼에 건초 주기를 제안했어요. “토끼는 공복이 오래 유지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허기졌을 때 바로바로 건초와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항상 먹이통·물통을 가득 채워주죠. 몸집에 따라 먹는 건초 양이 다르지만, 평균 한 마리가 일주일에 1kg 정도 먹죠. 건초는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건초를 주면서 토끼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봤어요.

강윤서 토끼를 유기하면 인간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지난해 호주는 약 2억 마리로 불어난 야생 토끼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개체 수 줄이기에 계속 실패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끼(유럽 굴토끼)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요. 토종 산토끼와는 다르죠. 유기된 굴토끼는 겨울에 너무 춥고, 얼어버린 물을 먹지 못해 죽기도 해요. 만약 공원에 일정한 개체들이 보인다고 해도, 예전에 봤던 그 토끼가 아니에요. 유기된 다른 토끼거나 죽고 또 태어난 유기토끼의 후손이죠. 이는 토끼 생태계가 유지되는 올바른 구조는 아닌 것 같아요. 토끼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유기토끼가 없어야 하며, 유럽처럼 기후가 온화하고 넓은 초원과 부드러운 잔디가 있는 곳이 필요하죠. 또한 토끼는 영역동물이어서 실내에서 키워도 넓은 곳이 있어야 해요.

목윤서 국내 유기토끼 수는 얼마나 되나요.

동물자유연대가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된 유실·유기동물 공고 11만6984건을 분석한 ‘2021년 유실·유기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개 8만4136건(71.9%), 고양이 3만1421건(26.9%), 기타축종은 1427건(1.2%) 유기된 것으로 나타났죠. 토끼는 페럿·기니피그·햄스터 등과 기타축종에 속하는데, 토끼만 몇 마리가 유기되는지 정확한 통계가 없어 유기토끼 수를 파악하기 어려워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유기토끼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죠.

지자체 또는 지자체 직영·위탁 동물보호소 등에서 신고 접수 후 보호소로 입소된 유기동물을 APMS 유실·유기동물 공고에 올려요. 신고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구조해서 보호하는 건 공고에 올릴 수 없고, 통계에 포함되지 않죠. 공고에 올라오는 유기동물 대부분은 개·고양이예요. 소수의 유기토끼 공고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유기된 토끼들의 수를 파악하는 것도 힘들죠. APMS 공고에 올라오는 수보다 훨씬 더 많은 토끼가 유기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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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깨끗한 건초를 먹어야 치아를 비롯해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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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나 공원 등에서 주인 없는 토끼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공공장소를 떠도는 토끼 등 버려진 동물을 발견한 경우, 가까운 지자체·동물보호소·경찰·소방 등에 신고해 주세요. 만약 유기동물을 마음대로 잡아서 팔거나 죽이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학대에 해당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돼요.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사육장의 경우도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없는 곳에 마련돼 있지 않거나 일상적인 동작에 지장이 있는 곳 등 동물보호법의 사육·관리 의무 조항에 어긋난 곳을 발견하면 신고하세요.

강윤서 토끼를 반려동물로 키울 때 알아야 할 사항이 궁금합니다.

토끼는 먹이사슬 최하위에 있는 초식동물이어서 겁이 많고 자기방어적이에요. 큰 소리로 말하거나 토끼 앞에서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행동은 놀라게 할 수 있죠. 안고 있다가 떨어뜨려 다칠 수도 있고요. 토끼는 소리도 잘 안 내고 조용해요. 주인을 보고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고, 조용히 옆으로 다가와서 코로 쿡 건드리죠. 토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과 굉장히 천천히 친해지는데요. 반려동물과 천천히 친해지는 방식이 잘 맞는 사람이면 토끼가 어울릴 거예요. 건초(풀)·털 알레르기가 있다면 토끼를 키우는 걸 고민해 봐야죠.

두 마리 이상 토끼를 키울 때는 서열 문화를 알아야 해요. 서열이 있으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그루밍하고, 친한 사이면 서로 그루밍을 해줘요. 얼굴을 반대편으로 두고 배를 맞대면 친한 사이죠. 공격에 제일 약한 배를 내준 거니까요. 귀를 양옆으로 쫑긋 세우는 행동은 소리를 들으려고 집중하는 겁니다. 귀를 뒤로 눕히면 편안하게 쉬는 것, 살짝 깨무는 건 친근감의 표시예요. 아주 기분이 좋으면 발라당 뒹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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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윤서 토끼에게 어떤 먹이를 줘야 하나요.

깨끗한 건초와 물을 언제든지 먹게 해줘야 해요. 건초를 먹지 못하면 치아 문제가 생길 수 있죠. 토끼는 치아가 평생 자라는데요. 거친 건초가 치아를 누르고 갈아 자라는 속도를 유지해주고, 부정교합을 막아줘요. 건초는 섬유질도 풍부해 위장을 건강하게 하죠. 생후 6개월 이전에는 알팔파라는 콩과 건초, 그 이후에는 티모시라는 벼과 건초를 주면 좋아요. 사료는 아침·저녁으로 토끼 몸무게의 0.6% 정도 주는 간식이라고 생각하세요. 사료는 부드러워서 치아가 안 갈리고, 사료만 먹으면 비만·위장 장애가 생기기도 하죠. 상추나 배추, 토끼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당근은 달고 부드러워서 되도록 주지 않는 게 좋아요.

이래나 번식 때문에 중성화 수술을 하나요.

토끼들이 방치된 환경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사람들이 관리하기 힘들어져요. 토끼의 수명은 짧게는 8년, 길게는 10~15년 정도인데, 4~5년 정도 자라면 생식기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요. 선제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해주면 생식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죠. 영국토끼복지협회(RWAF)에 따르면 보통 생후 5개월~5년까지 중성화 수술을 권합니다. 수컷은 발정기에 암컷을 차지하려는 본능 때문에 공격적으로 변해요. 영역 표시를 위해 소변을 아무 곳에서나 뿌리기(소변 스프레이)도 하죠. 사람도, 토끼도 스트레스받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게 좋아요. 토끼보호연대에서 수백 마리를 중성화시켰지만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어요. 많이 찾아보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얻어 동물병원과 수의사를 잘 선택하는 게 중요하죠. 실력 있는 수의사에게 중성화 수술을 받으면 회복 시간도 짧고, 후유증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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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서·목윤서 학생기자·이래나(왼쪽부터) 학생모델이 토끼보호연대를 만나 토끼들이 버려지는 현실과 유기토끼가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지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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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윤서 유기토끼를 입양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토끼보호연대의 경우, 연대 회원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풀뜯는 토끼 동산’ 회원가입 후 입양 신청을 하면 되는데 성인만 가능해요. 미성년자는 부모님이 입양자의 자세를 갖고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죠. 신청서 심사를 하고, 입양자로 결정되면 토끼 공간조성 가이드를 드려요. 가이드에 따라 환경을 만들면 현장 사진을 미리 받아 고칠 점을 알려주죠. 입양 날짜를 조율한 뒤 토끼보호연대가 직접 토끼를 데리고 방문해요. 입양계약서 작성·입양후원금 납부 후 6개월 소유권 이전 유예기간을 둡니다. 6개월 동안은 매달 한 번씩 카페에 토끼 소식을 올리고 평가를 받아 통과해야 완전히 입양할 수 있죠. 좋은 입양자에게 유기토끼를 보내기 위해 절차가 복잡할 수밖에 없어요. 이외에도 APMS·동물보호소 등에서 입양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김지수·최승희 활동가는 “토끼보호연대가 없어지는 게 목표예요. 토끼를 보호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죠. 앞으로 고통받는 토끼들이 없어진다면, 기분 좋게 토끼보호연대를 없앨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유기토끼 없이 모든 토끼가 좋은 곳에서 잘 지낼 날이 오려면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죠. 조금만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청하는 토끼들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 토끼보호연대 보호소 ‘꾸시꾸시’의 유기토끼들

김지수 토끼보호연대 활동가가 꾸시꾸시에서 보호 중인 80마리 토끼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이들은 모두 새 가족을 찾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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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윤정

나이: 2017년생 추정

성별: 여(중성화 완)

2022년 11월 부산에서 데려온 유기토끼입니다. 결혼을 앞둔 주인이 배우자의 토끼 알레르기 때문에 한 보호소 위장 펫숍에 무료분양을 신청했고, 미성년자인 중학생이 분양받아 경남 김해의 한 소방서 앞에 유기했어요. 이 중학생은 다른 사람이 유기한 것처럼 속여 신고했죠. 부산시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진 윤정이를 직접 데리고 왔는데요. 환경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을 만도 한데, 다행히 건강 이상은 없었어요. 평생 사람과 같이 지내 사람 친화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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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칠라

나이: 2018년생 추정

성별: 남(중성화 완)

칠라는 몽마르뜨공원 유기토끼예요. 2018년 말 중성화 후 다시 공원으로 방사하고 약 1년을 더 지냈지만, 영역 다툼에서 밀리고 말았죠. 결국 골반 골절을 입은 채 발견돼 꾸시꾸시로 왔습니다. 현재는 완치되어 건강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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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금비·까비

나이: 2020년 7월

성별: 여(중성화 완)

금비(위 사진)와 까비는 배봉산 유아숲체험장 토끼사육장에서 데려온 한 토끼의 새끼들이에요. 엄마 토끼는 꾸시꾸시에서 금비와 까비, 그리고 은비를 낳고 다시 방사됐는데요. 은비는 보호 중에 건강 악화로 죽었죠. 금비·까비는 야생의 흙을 밟아 본 적이 없어요. 야생에 적응하기 어려워 집에서 키울 수밖에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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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호치·찡찡이·드라고·새초미

나이: 2020년생 추정

성별: 여(중성화 완)

호치·찡찡이·드라고·새초미(왼쪽부터)는 2021년 ‘토끼감옥’이라고도 불렸던 인천 송도 토끼섬에서 구조됐어요. 사료 위주의 잘못된 식단으로 과체중이고 편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건초를 먹으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요.

중앙일보



이름: 구찌·디올

나이: 2022년생 추정

성별: 구찌-여(중성화 완), 디올-남(중성화 완)

구찌(왼쪽)와 디올은 2022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 토끼 집단 유기 사건 때 군포 수리산에 버려졌다가 시민들에 의해 구조돼 시 보호소로 옮겨졌어요. 당시 유기돼 입은 상처에 파리가 꼬여 등·엉덩이 부분에 구더기가 잔뜩 끓고 있었는데, 상처 부위가 크고 어려서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두 달 동안 치료를 받은 후 기적적으로 완치해서 지금은 아주 예쁘고 건강해요. 상처를 회복하느라 성장을 못 했는지 다른 토끼들보다 조금 작지만 그마저도 사랑스럽죠.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2023년 ‘계묘년’을 맞아 토끼들을 만났습니다. 배봉산 유아숲체험장 토끼사육장서 토끼보호연대 김지수 활동가님이 토끼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계셨죠. 저도 함께 토끼들이 괜찮은지 확인하다 보니 추위를 잊어버렸어요. 토끼보호연대가 운영하는 유기토끼보호소 꾸시꾸시에도 많은 토끼가 있었어요. 활동가분들이 먹이를 주고, 성심성의껏 관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기되고 방치된 토끼들이 앞으로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저도 유기토끼에 많은 관심을 가지려고 해요. 토끼들이 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길 바랍니다.

강윤서(서울 월촌중 2) 학생기자

토끼는 마냥 귀엽기만 한 줄 알았어요. 하지만 토끼보호연대 활동가분들을 만나 토끼가 유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배봉산 유아숲체험장 토끼사육장에서 만난 토끼들은 얼어버린 물을 마시지 못하고, 굴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고 있었어요. 토끼보호연대처럼 유기토끼를 보호해 주는 곳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이번 취재 덕분에 귀여움을 넘어서 토끼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답니다. 날이 많이 추운데 유기·방치된 토끼들이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목윤서(서울 고현초 6) 학생기자

토끼보호연대를 취재하면서 최승희 활동가님이 ‘사람들이 토끼를 보호해주고 유기하지 않아 토끼보호연대가 따로 필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신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연한 생각인데,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이었죠. 토끼 하면 ‘당근’인데, 달고 부드러운 당근보다 거친 건초가 토끼 몸에 좋다는 걸 알게 됐어요. 토끼보호연대의 노력 덕분에 유기토끼들이 어떻게 꾸시꾸시로 오게 됐고 안전하게 관리받는지도 듣게 됐어요. 토끼보호연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토끼들을 위해 힘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토끼야! 계묘년 새해에는 깡충깡충 높이 뛰어보자!”

이래나(서울 창도초 6) 학생모델

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토끼보호연대, 동행취재=강윤서(서울 월촌중 2)·목윤서(서울 고현초 6) 학생기자·이래나(서울 창도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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