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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애 낳으려면 가게문 닫아야" 자영업 여성이 전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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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임신·출산 엄두 못내는 현실

소공연 "사회보장제도 마련돼야"

선진국, 근로자-자영업자 동등한 보장

아시아경제

자영업자 자료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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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아이를 낳으려면 가게 문을 닫는 수밖에 없어요. 고민만 하다 결국 임신할 때를 놓칠 것 같습니다."

1인 자영업자 이송주씨는 전남 구례에서 4년째 브런치 카페를 운영 중이다. 서울에 살다가 8년 전 귀촌한 그는 둘째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임신을 하면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어 고민이 깊다.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혼자 한식집을 운영했는데, 임신 후 4개월 동안 휴업하고 다시 문을 열었더니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한번 문을 닫은 식당은 메뉴부터 레시피까지 새롭게 개편하지 않으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힘들다고 한다.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하기엔 부담이 크다. 그는 "우리 같은 자영업자는 생계가 달린 장사를 놓기 힘들다"며 "2세 고민은 현실과 동떨어진 '꿈'일 뿐"이라고 했다. 임신을 한다 해도 제때 진료를 받으러 가기도 어렵고 출산 후 육아 대책을 세우기도 어렵다. 그는 "지금처럼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영업자 임신·출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씨의 사례처럼 우리 사회는 소상공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국민연금조차 자영업자 5명 중 1명은 미가입 상태다. 통계청의 올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국민연금 미가입자 비율은 20.1%다. 특히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경우 미가입률이 23.6%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8.7%에 비해 3배가량 높았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회사와 분담금을 절반씩 나눠 내는 직장인과 달리 9%의 국민연금 분담금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소상공인은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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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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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선진국들은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사회보장제도가 동등한 수준으로 발달해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영업자 사회법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과 핀란드는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동일하게 실업보험 제도를 적용한다. 특히 스웨덴은 자영업자에 대해 산재보험을 당연가입으로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임신으로 인해 휴업하는 자영업 여성은 임신수당을 받을 수 있다. 휴업일로부터 출산예정일 3주 전까지는 임신수당을, 그 이후엔 출산수당을 받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한 출산·육아수당, 질병급여 등의 사회안전망이 국내에서도 보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소상공인이 아플 때 생업에 대한 걱정을 덜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즉 건강권을 지킬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병수당 제도가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지역이 있지만 대다수 소상공인은 건강검진을 받거나 병원에 입원할 경우 휴업으로 인한 손해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또 국내 기업 중 40%가 여성 대표이고 이들 대부분이 영세 소상공인이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휴업 기간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도 부족하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가임기 소상공인에 대해서 현재 아무런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1인 소상공인의 경우 임신과 출산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며 "근로자에 준하는 소상공인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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