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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배달료 5000원에 장바구니가 앞마당 쏙… 美 드론배송 벌써 경쟁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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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미국선 현실이 된 드론배송

조선일보

알파벳 자회사인 윙의 배송용 드론이 물품을 싣고 날고 있는 모습(①). 복잡한 도시 지역 상용화에 나선 윙의 드론은 착륙하지 않은 채 밧줄(②)을 이용해 물건을 내린다. 유통 대기업 월마트 역시 연말까지 미국 6주 23도시 34매장에 드론 배송 서비스(③)를 도입했다. /윙·월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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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州) 글렌데일과 피오리아에 있는 월마트 매장 4곳은 지난 15일부터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장에서 1마일(약 1.6㎞) 내 거주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주문한 상품을 30분 내 배송해준다. 고객이 총 무게 10파운드(약 4.5㎏) 이하로 상품을 온라인 주문하면 드론이 고객 집 마당이나 뒤뜰까지 날아간 뒤 착륙하지 않은 채 케이블로 배송 상자를 내려놓는다. 배송료는 3.99달러(약 5000원). 월마트는 “깨지기 쉬운 계란을 포함해 1만개 이상 품목을 배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범 사업 수준에 머물던 드론 배송 서비스가 미국에서 상용화 궤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본사가 있는 아칸소주에서 드론 배송을 개시한 월마트는 올 들어 애리조나·텍사스·플로리다·유타·버지니아 등 총 6개 주 23개 도시 34개 매장에 드론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잠재 고객 수만 약 400만명에 달한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근거리 드론 운송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까마득하게 여겨졌지만 이제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

◇불붙은 상용화 경쟁

이미 30만회 이상의 테스트를 거친 알파벳(구글 모기업)의 드론 자회사 윙(Wing)도 지난 4월 상용화 대열에 합류했다. 의약품 도소매업체 윌그린스, 아이스크림 업체 블루벨 크리머리 등과 손잡고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지역에서 드론 배송 사업을 운영 중이다. 주문을 받으면 길이 1.3m, 폭 1m, 무게 약 5.2㎏짜리 드론이 최대 1.2㎏의 주문품을 싣고 매장 반경 10㎞ 내에 한해 10분 내 배달해 준다. 윙의 서비스는 인구 760만명 넘게 사는 대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상업용 드론 서비스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는다.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시일수록 드론 배송 수요가 높지만, 아파트와 고층 빌딩이 많다 보니 배송 난도 역시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을 감안해 윙의 드론은 공중에서 정지비행(호버링)을 하는 상태에서 밧줄을 이용해 적재 또는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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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공개한 배송용 드론 모델 ‘MK27-2’. 이 드론은 최대 2.26㎏(5파운드) 무게의 짐을 싣고 왕복 12㎞를 비행할 수 있다.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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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역시 드론 배송 서비스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13년 ‘아마존 프라임 에어’를 발표하며 드론 배송 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아마존은 지난달 지름 약 1.67m(5.5피트), 무게 약 36㎏(80파운드)의 배송용 드론 ‘MK27-2′를 공개하며 “올해 말까지 캘리포니아 록포드와 텍사스 칼리지 스테이션 지역에서 배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물류업체 UPS도 지난해 미 플로리다주의 한 마을에 물건을 수시로 나르는 지역 전용 배송 드론을 배치했다. 페덱스는 내년부터 최대 480㎞까지 이동 가능한 자율비행 드론으로 시범 배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소음·악천후·비용 등 걸림돌

물론 드론 배송이 보편화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당장 소음과 날씨가 드론 배송에 직접적인 제약 요소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017년 익숙하지 않은 드론 소음이 자동차 소음보다 사람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월마트는 “강풍이나 기타 악천후가 있는 경우 드론 배송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비용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을 제외하고도 아마존의 배송용 드론은 대당 제작 비용이 14만6000달러(약 1억8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착륙장 같은 각종 인프라와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웬만한 배송료로는 투자 비용 회수가 쉽지 않은 셈이다. 아마존은 내부적으로 드론 배송 적정 비용을 1건당 63달러로 책정했는데, 차량을 이용한 아마존 프라임 배송료가 1건당 5달러 안팎인 걸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월마트도 현재 4달러도 안 되는 배송료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드론으로 찍은 항공 사진을 지역 건설사에 판매하는 등의 부가 사업을 검토 중이다.

결국 드론 배송 산업이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상용화를 실현하려면 자율 비행이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직은 기술과 안전성 문제로 상업용 드론의 자율 비행이 허용되지 않아 월마트와 아마존, 윙의 배송 드론은 모두 사람이 모니터링하고 조종한다. UC버클리대 하스경영대학원이 발간하는 캘리포니아 매니지먼트 리뷰는 “자율 드론이 경량 배송 서비스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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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완화가 관건

미국에서 드론 배송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규제 완화다. 야외에서 상업 목적으로 드론을 운영하려면 연방항공청(FAA)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조종사 육안으로 드론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일반 시민들 머리 위로 운항이 금지되는 등 여러 규제로 인해 쉽게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맞춰 최근 몇 년 새 비가시권 운항과 주야간 운항 등을 포괄적으로 인정해주는 허가(규정 135)를 잇따라 내주면서 사업에 활로가 트였다.

반면 실증사업 단계인 한국은 아직도 드론 배송을 시행할 수 있는 법과 인프라가 미비한 상태다. 현행법인 생활물류법상 배송 수단은 화물차와 이륜차로 한정돼 있고, 배송 수단에 드론을 추가하는 법 개정 작업은 올해 들어 막 시작한 단계다. 규제가 해결된다 해도 기술적인 난제가 산적해 있다. 넓은 마당을 갖춘 단독 주택 중심의 미국과 달리 한국은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를 갖고 있어 훨씬 더 정교한 교통관제 시스템과 드론 이착륙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이다.

다만 한국과 주거 환경이 비슷한 일본 정부가 드론 상용화에 의욕을 보이고 있어 성공 여부가 한국에도 좋은 참고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주거 지역 상공에서 조종사 시야를 벗어난 비가시권 운항을 허용하는 등 드론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항공법을 개정해 최근 시행에 들어갔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도심 내 드론 교통량 관리와 관련 시스템도 점차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한경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소음·날씨·충돌·비용 등 드론 배송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우선 비가시권 운항 규제가 제대로 풀려야 더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기술 혁신도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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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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