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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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수개월간의 협의 끝에 내년 2월부터 천연가스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가스 가격의 과도한 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자칫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FP통신 등은 19일(현지시간) EU 에너지장관이사회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천연가스에 대한 가격상한제 시행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제도는 EU 내 가스 시장에서 매매 가격이 특정 기준 이상으로 오르면 인위적으로 막도록 하는 장치다. 가스 가격 상승으로 러시아의 전시 이익이 커지는 것을 막고, EU 회원국들이 재정 부담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려는 취지가 반영됐다.
제도의 핵심인 상한선 가격은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 기준 메가와트시(㎿h)당 180유로로 합의됐다. 가스 선물가격이 180유로 이상이고, 국제시장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보다 35유로가 비싼 두 가지 요건이 3일 연속으로 이어지면 상한제가 발동돼 가격 상승을 억제한다. 가격 상한제가 한 번 발동되면 최소 20일간 유지되며, 마지막 3일간 180유로 이하로 가격이 유지되면 발동이 해제된다. 다만 장외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사회 측은 “(이번 제도가)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합의를 환영했다. 가스상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함께 마련한 보완 장치들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사회는 EU로의 가스 공급이 불안해지거나 수요가 늘어나는 조짐이 확인되는 경우, 즉각 상한제를 풀 수 있다는 내용을 이날 합의안에 넣었다. EU 집행위원회는 가격 상한제 시행과 함께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하지만 제도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날 합의된 상한선을 두고 일각에서는 너무 높다는 불만이 나왔다. 100∼110유로선인 현재 가스 선물가격보다 80%가량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 등 가스 상한제를 요구해 온 국가는 상한선이 너무 높게 설정됐으며, 발동 조건도 엄격해 실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가격상한제로 유럽행 가스 공급이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앞서 기록적으로 높았던 유럽의 가스 가격은 유럽인들에게는 고통스러웠으나 LNG 수입량 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가격상한제가 시행되면 가스를 시장가격 이하로 판매하길 꺼리는 판매자들이 유럽에서의 거래를 원천적으로 꺼려 물량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 TTF 거래를 주관하는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는 가격상한제가 시행되면 TTF 거래를 EU 외부로 옮길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번 제도 시행을 핑계로 가스 공급 전면 중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현재 수송관을 통한 유럽으로의 러시아산 가스 수출은 크게 감소한 상태이지만, 선박 등을 이용한 수출은 일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러시아는 이날 EU 결정을 “시장 가격에 대한 공격이자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적절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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