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받다 보니 삭제가 되더라…나는 몰랐다”
“삭제 지시는 안해, 보안은 평소 강조했을 뿐”
검찰, 문재인 전 대통령 지시 여부 묻지 않아
박지원 (가운데)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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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군 첩보 관련 자료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기존 주장을 철회했다.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에서 ‘삭제할 수는 있지만 지시는 하지 않았다’로 선회한 것인데, 향후 검찰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15일 박 전 원장 조사 내용을 토대로 혐의점을 파악 중이다. 박 전 원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관측된다. 앞서 검찰은 박 전 원장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 1개와 수첩 5개를 확보했다.
박 전 원장은 전날 오전 10시께 출석해 12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원장은 조사를 마친 직후 취재진을 만나 “오늘 검사가 수사를 하면서 보니까 삭제가 되더라, 나는 삭제지시를 몰랐다 하는 것을 주장을 했고 그걸 기록에 남겼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그동안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 내 감청정보 파일을 삭제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해왔다. 국정원에서 자료를 삭제한다고 해도 원본이 메인 서버에 남기 때문에 완전히 파일을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삭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박 전 원장은 다만 지시 사실은 부인했다. 그는 “제가 문재인 대통령이나 서훈 안보실장으로부터 삭제 지시도 받지 않았지만, 저도 우리 국정원 직원들에게 그러한 지시를 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보안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해명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은 보안이 생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안을 입에 달고 지키라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가 피살된 이후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사건 은폐와 왜곡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열렸던 관계장관회의에 주목한다. 당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했던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에 대해 자진 월북으로 결론내고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등에 이와 배치되는 첩보 삭제 지시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관계장관회의→첩보 삭제’ 순으로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에 박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시한 부분과 함께 회의에서 전달받은 내용도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를 시작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원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회의 개최와 관련해 언급했을 뿐,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에 관해 질문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서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국방부와 해경 등의 업무 수행에 있어 최종 결정권자, 최종 책임자”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9일 서 전 실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씨에 대한 피격 사실 은폐와 허위 자료 배포 관련 혐의 부분만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박 전 원장 혐의점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 되면 첩보 삭제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서 전 실장을 추가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씨가 자진월북 했다는 판단과 배치되는 군 첩보 관련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도 함께 기소될 전망이다. 서 전 장관은 지난 10월 구속됐다가 기소되기 전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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