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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법인세·금투세 발목잡혀 … 정기국회 막판까지 예산안 합의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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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여야정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 모여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 <한주형 기자>


여야가 9일 종료된 정기국회 기한 내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는 데 결국 실패했다. 역대 최장 지각 사태다. 법인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과 관련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후속 작업까지 고려하면 일러야 11일에나 예산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 여야 간 추가 협상에 따른 수정안이 마련돼 합의 처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정기국회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면 결국 제출돼 있는 정부 원안이나 민주당이 예고한 수정안을 처리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예산안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자 이날 오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지도부는 야당 수정안을 들고 김진표 국회의장을 찾아 단독 처리를 시도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수정안을 받을 수 없다"며 "오늘이라도 여야가 예산안 협의 절차를 거쳐달라"고 거부했다. 또한 김 의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만 처리해달라는 민주당의 요청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산안 정부 원안도 여야 합의가 없다면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도 예산안 처리에 실패한 배경에는 여야가 법인세·금투세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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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관련 쟁점은 영업이익이 3000억원 이상인 법인의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것과 영업이익 5억원 미만 법인에 대해 세율을 10%까지 인하해주는 것 등 두 가지로 압축된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민주당은 (영업이익) 5억원 미만 법인에 대한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영업이익을 3000억원 이상 올리는 법인의 세금을 인하해주는 건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아 양보를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는 5억원 미만 법인들의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처음부터 본의는 3000억원 이상 기업의 법인세율을 낮추는 데만 관심이 있었고 일종의 구색 맞추기처럼 넣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0.01% 법인의 이익을 지키려는 정부·여당의 노력이 참 가관이다. 그야말로 슈퍼 부자들의 이익만 대변하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법인세 최고 25%에 지방세 10%가 추가로 부과돼 해외에서 국내로 투자하는 금액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이웃 나라인 대만은 20%인데, 해외 자본이 한국과 대만 중 어디에 공장을 짓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법인세를 인하했다"며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가 부자 감세라는 고집을 버려라"고 강조했다.

금투세 도입 유예에 대해서는 여야가 동의하는 분위기지만 대주주 비과세 요건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유예에는 민주당도 동의하는 편"이라면서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얼마로 높일지에 대해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의장도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증권거래세를 원래 0.15%까지 낮추기로 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면 2년 유예에 동의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야당은 "주식양도소득세를 20년에 걸쳐 10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인하했는데 역진하는 건 곤란한 것 아니냐"며 "주식을 다량 보유한 사람들의 이익만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부부의 기초연금 수령 문제에 있어서도 여야 간에 이견이 있었다. 주 원내대표는 "현행 20% 감액제도를 폐지할 경우 1년에 1조6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부부 가구가 단독 가구보다 소비지출이 21.7% 적은 것으로 나오고 (이를 감안해)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수령할 경우 (수령액을) 20%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폐지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밖에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화폐 예산 증감과 경찰국 예산 전액 삭감을 놓고도 여야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가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에도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2015년과 2021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두 해밖에 없었다. 2020년도 예산안은 2019년 12월 10일, 2019년도 예산안은 12월 8일, 2018년도 예산안은 12월 6일에 통과됐다. 내년도 예산안은 11일에야 처리 가능한 상황이어서 역대 최장 지각이란 불명예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추 부총리는 "예산·세제와 관련해 정부가 타협할 수 있는 만큼 다했다"며 "경제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가 바뀌었는데 과거 집권한 사람들이 과거와 똑같은 이념으로 정책을 운영하려 한다"며 야당을 직격했다.

[서동철 기자 / 김희래 기자 / 우제윤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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