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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기사 돌아올 것” vs “유사 개인택시”… 서울시·업계 ‘택시리스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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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전국개인택시연합회 회원들이 택시 리스제 도입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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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국개인택시연합회 회원 30여 명이 “택시산업 이간질하는 택시 리스제 결사 반대한다” “리스제가 혁신이냐, 도급 택시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지난 1일 택시 할증 요금 제도가 시행돼 택시가 많이 나와 이미 승차난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택시 대란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진행하는 택시 리스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이들이 집회를 한 서울중앙우체국 건물에선 이날 택시 리스제의 규제 유예 여부를 두고 심의위원회가 열렸다.

택시 리스제는 서울시와 법인택시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심야 택시 승차난 해결책 중 하나다. 법인택시 회사가 운송사업 면허와 차량을 법인택시 운행 경력이 있는 기사에게 빌려주고 기사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것이 골자다. 리스제를 이용하는 택시 기사는 임대료를 내고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자유롭게 택시를 영업할 수 있게 된다. 법인택시 기사는 2교대 근무로 정해진 시간에만 운행하는 게 원칙이다. 법인택시 업계와 서울시는 이 제도를 통해 택시 법인의 경영난이 해소되고, 다른 직종으로 떠난 택시 기사들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안정적인 심야 택시 공급을 위해 택시 리스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 1일부터 할증 요금 적용 시각을 자정에서 오후 10시로 당기고, 할증 요금도 올렸다. 이에 따라 택시 운행 대수가 늘어났지만, 늘어난 택시의 다수가 개인택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심야 시간(오후 11시~익일 새벽 2시)에 운행된 택시는 2만401대로, 일주일 전보다 4% 늘었다. 개인택시 운행은 1만3074대로 같은 기간 8.7% 늘어난 데 반해, 법인택시 운행은 7327대로 오히려 3.4% 줄었다. 7일에도 개인택시는 일주일 전에 비해 12.7% 늘었는데, 법인택시는 4.9%가 느는 데 그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야 할증 조정 후 택시 운행이 늘긴 했지만, 안정적으로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인택시의 가동률도 늘려야 한다”며 리스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법인택시와 경쟁하는 개인택시 업계에서는 리스제가 ‘유사 개인택시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인택시조합원총회추진위원회는 “법인택시 리스제 도입은 법인택시 면허를 개인택시 면허로 편법 전환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8000만~1억원 정도인 개인택시 면허 없이 법인택시가 개인택시처럼 운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개인택시조합도 “심야할증 조정으로 심야 운행이 증가했다”며 “택시 심야 승차난이 사라졌음에도 서울시와 법인택시 업계가 무리하게 리스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리스제로 법인택시가 늘면 상대적으로 개인택시의 수익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택시 업계는 앞서 지난 11월과 9월에도 택시 리스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택시 리스제가 현행법상 불법인 점도 난관으로 꼽힌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과 택시발전법 등은 리스제의 핵심인 면허 대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법인택시 업계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면제받아 이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 관계 기관과 논의한 결과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택시 리스제에 대한 규제 면제를 보류했다.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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