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Z 폴드4'가 대리점에 진열돼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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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가 중국발(發) 저가 물량 공세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스마트폰 개발 초창기부터 사용된 1세대 리지드(휘지 않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올라탄 중국산 패널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리지드에서 한 단계 진화된 2세대 플렉시블(휘어지는) OLED 디스플레이 시장마저, 중국 업체들이 원가 이하로 부품을 공급하면서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사정은 다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OLED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와 ‘갤럭시Z플립′ 등에 탑재되는 폴더블(접히는) OLED를 전량 수주하면서 숨통이 트인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가 2025년까지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50%를 폴더블폰으로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만큼 폴더블 OLED 공급량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경우,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면서 유일한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에만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고 있고 폴더블 OLED는 전혀 생산하지 않고 있다.
◇ ‘리지드→플렉시블’ 기술 바꿀 때마다 中 저가 공세로 시장 점령
9일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3분기 스마트폰용 리지드 OLED 출하량은 작년 동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900만대로 집계됐다. 중국 패널 업체의 저가 공세와 코로나19 특수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세트(완성품) 업체의 재고 증가로 패널 수요가 크게 감소한 탓이다.
이러한 흐름은 4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리지드 OLED 출하량은 올해부터 연평균 20.8% 감소, 오는 2027년엔 5000만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마트폰용 리지드 OLED 출하량도 연평균 12.9% 감소해 오는 2027년 9600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은 리지드·플렉시블 OLED 시장을 공략해왔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의 경우, 전체 제품군에서 폴드와 플립을 뺀 나머지는 제품은 리지드(중저가폰)·플렉시블(고가폰) OLED를 채택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 시리즈도 저가형 아이폰 SE3(LCD 사용)를 제외하고는 모두 플렉시블 OLED를 사용하고 있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국 BOE, CSOT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리지드·플렉시블 OLED 패널 사업에서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과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워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에서 한국 업체를 누르고 관련 시장을 잠식한 것과 비슷한 방식의 전략을 또 다시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라는 강력한 세트(스마트폰) 지원군과 함께, 애플 등 다양한 공급원을 확보해둔 상태다. 반면, LG는 고객사가 애플이 유일하다. 특히 아이폰 일부 모델에만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고 있어, 경기 침체에 따른 스마트폰 판매 둔화 환경에서 점유율은 더욱 하락할 수 있다. 여기에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폴더블 OLED에 대한 대응도 느린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현재 아이폰에 삼성디스플레이, BOE와 함께 패널을 공급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일반 모델에 들어가는 물량이 빠지고 프리미엄인 프로와 맥스 모델에만 패널을 공급한다”며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김준호 유비리서치 연구원은 “중국 비전옥스 등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플렉시블 OLED를 구형인 삼성디스플레이의 리지드 OLED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용 리지드 OLED는 사실상 사양되고 있는 시장이고, 플렉시블 OLED도 중국 바람이 거세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폴딩 내구성 테스트 장면. /베를린(독일)=박진우 기자 |
◇ “미래는 스마트폰용 폴더블·전장용 OLED 등에 있어”
전문가들은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화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디스플레이가 중국발 저가 광풍 속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폴더블 OLED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기점으로 접히는 폴더블 OLED 패널 개발과 양산에 집중해왔다. 현재까지 출시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OLED가 전량 탑재되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가격을 무기로 리지드·플렉시블 OLED 시장을 장악하자, 삼성 특유의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의 판도를 ‘리지드→플렉시블→폴더블 OLED’로 전환해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용 폴더블 OLED 시장 규모는 올 출하량 1900만대에서 5년 후인 2027년 9000만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비리서치는 5년 후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OLED 점유율이 약 89%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역량을 집중하고 신제품 생산 계획을 늘리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현재 폴더블 OLED를 공급할 고객사가 없어, 이 패널을 양산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도 폴더블 OLED를 개발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폴더블 OLED를 언제 양산할지 모르는 상황이다”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세트(스마트폰) 파트너가 있기 때문에 폴더블 OLED에 대한 빠른 전환이 가능했다”고 했다. 이어 “다만, 폴더블 OLED 시장도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5년 뒤에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한 2~5위 사업자들이 모두 중국 기업이 될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충호 유비리서치 대표는 “애플과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을 제외한 전 세계 중가 스마트폰 업체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패널을 주로 사용할 것이다”라며 “고가 스마트폰에는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이 사용될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는 사실상 중국산이 휩쓴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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