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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통신사 실적 좋다면서요? 멤버십 혜택은 어째 갈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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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산 영업익 1조인데, 할인되는 곳은 점점 줄어든다

KT가 지난 1일부터 LTE(4세대 이동통신) 신규 가입자의 VIP멤버십 등급 기준을 올렸다. 기존에는 LTE VIP 멤버십 기준이 6만9000원 요금제 이상 가입자였는데 이젠 7만5500원 이상 요금제를 써야 VIP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KT에서 7만5500원 넘는 LTE요금제는 ‘8만9000원 요금제’부터이기 때문에 신규 가입자가 VIP 멤버십 혜택을 받으려면 8만원이 넘는 요금제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KT는 “통신 3사 중 우리만 LTE와 5G(5세대 이동통신)의 VIP 멤버십 요금 기준이 달랐는데 멤버십 제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고객 혼선을 줄이기 위해 LTE와 5G의 VIP 멤버십 요금 기준을 변경했다”고 했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LTE와 5G 가입자의 VIP멤버십 기준은 똑같이 7만4800원 이상이지만, LTE가입자는 8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해야 VIP 멤버십을 받을 수 있다.

통신 3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올 들어 분기마다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는 호실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인 멤버십 제도는 오히려 기준이 높아지고, 혜택은 축소되는 상황이다. 3사 모두 멤버십 제휴사가 100군데 내외라고 밝히지만 이 중 소비자들이 실제 사용하는 곳은 갈수록 적어질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조건이 붙어 이용을 어렵게 만든 경우도 적지 않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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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좋다면서 야박해지는 멤버십

SK텔레콤은 지난 4월 신세계 상품권을 4~7% 할인받아 살 수 있는 VIP 멤버십 혜택을 없앴다. 이를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 할인 혜택으로 바꿨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백화점과 마트,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세계 상품권이 이마트나 트레이더스 상품권보다 쓸 수 있는 곳이 많다”며 불만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신세계 상품권은 제휴사 사정으로 중단 예정이었으나, 혜택 유지 차원에서 제휴사와의 협상을 통해 이마트 모바일 상품권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다.

KT도 올 들어 VIP 멤버십 이용자가 자사의 인터넷쇼핑몰인 ‘KT알파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적립금 7000원을 지원하던 혜택(월 1회)에 대해 ‘자사 IP TV방송 상품 5만원 이상 구매’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이용자들은 통신 3사가 그동안 멤버십 혜택을 계속 줄여왔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소비자들이 통신사 멤버십으로 많이 이용하는 영화관 무료 티켓과 할인 혜택이다. 통신 3사는 그동안 국내 1~3위 멀티플렉스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중 두 군데 이상과 제휴를 해왔으나 지난해부터는 제휴사나 혜택을 축소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연간 12회 무료 관람’ 혜택을 ‘연 3회 무료’와 ‘1+1(영화 관람권 한 장을 구매하면 추가 한 장은 무료 제공) 평일 예매 9회’로 바꿨다. IMAX 같은 특별관이나 3D영화를 제외한 2D영화 예매만 가능하다는 제약도 있다. KT도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연간 12회 무료 대신 롯데시네마 연간 6회 무료로 혜택을 축소했다.

◇차라리 멤버십이 없는 알뜰폰이 낫다?

멤버십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커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은 “통신사 멤버십 주요 제휴처가 영화관, 놀이공원, 음식점, 면세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소비자는 유효 기간이 1년뿐인 멤버십 포인트를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알뜰폰(MVNO) 가입자가 늘어난 데엔 멤버십 탓도 있다”며 “요금을 많이 내고도 예전과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다 보니 멤버십을 포기하고 저렴한 요금제를 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은 통신 요금에 멤버십에 대한 대가도 포함된 것으로 여기지만 통신사는 “멤버십은 통신사가 고객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혜택이자 마케팅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통신 요금에 포함된 게 아닌 만큼 혜택을 늘리거나 축소하는 건 통신사 자율이라는 것이다.

통신사는 가입자가 멤버십 등급에 따라 받는 연간 평균 할인 금액이 얼마인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같은 멤버십 등급이라도 할인 혜택을 많이 찾아 쓴 고객과 그러지 않은 고객 간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평균 금액을 밝히기가 곤란하다”며 “특히 20~30대보다 6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멤버십 혜택을 이용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고 했다.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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