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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잡스·히치콕의 이 사진, 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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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英사진가 앨버트 왓슨

내년 3월까지 韓 대규모 회고전

조선일보

1973년 앨버트 왓슨이 찍은 앨프리드 히치콕(왼쪽) 감독. 2006년 촬영한 스티브 잡스. /앨버트 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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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유명인과의 촬영 중에서, 고(故) 스티브 잡스와의 작업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잡스 홍보 담당자가 ‘잡스가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고 귀띔하더니 딱 한 시간만 주겠다더군요. 1분1초도 더 안 된다면서요. 오전 9시 정각에 등장한 잡스에게 인사처럼 말했지요. ‘30분 안에 끝내겠습니다.’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말에 잡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듯 기뻐하더군요.”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간담회장에서 만난 영국 출신 사진가 앨버트 왓슨(80)은 “잡스가 ‘최고의 촬영이었다’면서 가져간 폴라로이드 작품이 그의 부고(訃告)를 알리는 사진이 될 줄은 몰랐다”면서 “이번 사진전에서 특히 애착이 가는 사진 중 하나”라고 말했다. 패션지 보그 등 유명 매거진 커버부터 앨프리드 히치콕, 앤디 워홀 등 유명인과의 작업으로 이름난 그는 8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서 국내 첫 회고전이자 아시아 첫 대형 사진전을 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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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 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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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이 말하는 사진은 지난 2006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 특집 기사용으로 애플 본사에서 이뤄진 촬영. 한 손가락으로 턱을 괴며 약간의 미소와 함께 정면을 날카롭게 응시한 사진이다. 1분1초가 황금 같았던 잡스의 시간을 30분이나 아껴준 왓슨에게 마음을 열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로 작업하던 왓슨에게 잡스는 그 이유를 물었고, “머지않아 디지털로 작업해도 당신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 릴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당일, 그 사진은 애플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실리며 다시 왓슨의 존재도 상기시켰다.

인물부터 정물, 각종 영화 포스터 등 한번 보면 좀처럼 잊히지 않는 강렬한 사진을 주로 찍어온 그는 작업 비결에 대해 ‘숙제(homework)’와 ‘대화’를 꼽았다. 상업 사진가로 대성공을 알린 첫 작업이었던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과의 작업을 앞두고는 감독의 모든 영화를 찾아보고 인터뷰 등을 읽었다고 한다. “마치 오래전부터 잘 알던 사람처럼, 그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대상을 얼마나 이해하느냐가 ‘케미’를 만들고, 결국 작업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활기찬(vibrant) 도시로 꼽히는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에너지를 얻는 게 목표”라면서 “이번에 멋진 경기를 보여준 축구 선수들부터 열의에 찬 대중 모두 기회가 되면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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