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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文케어' 손본다고 건보 재정 해결될까…보장성 후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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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중장기적 재정체계 개편 하루빨리 고민해야 고갈 우려 덜어"

MRI 등 급여 축소에 "미시적 접근에 불과…국민 부담 늘어날 수도"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 공청회에서 기조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022.12.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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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급여 항목 중 남용이 의심되는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에 대한 급여 여부를 재점검하는 등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 제고를 추진하면서 그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은 입국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혜택을 주고 지나치게 의료 이용을 많이 하는 사람의 부담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본인부담률을 현실적으로 조정하거나 의료 행위자에 대한 지불제도를 다변화하자는 의견이 제시된다.

◇갈수록 건보 재정 고갈 우려 커져…불필요한 의료남용 심각

복지부가 8일 공청회를 열어 발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건보 재정이 고갈되리란 위기의식 아래 마련됐다. 지난해 국내 의료보장 진료비는 105조2000억원이었다. 건강보험에서 나간 금액만 95조4000억원인데 이중 43%가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다.

건보 지출이 늘면서 국민의 보험료 부담도 가중되고 보험료까지 오르는 악순환의 마침표는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공청회에서 "지난 5년간 광범위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이 추진됐다"며 "의료 접근성 향상이라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불필요한 의료남용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를 들어 MRI와 초음파 검사의 경우 환자의 질환‧상태와 관련이 적은 분야까지 급여화가 이뤄지면서 2018년에서 2021년 사이 10배 증가했고, 최근 5년간 건강보험료의 증가율(2.7%)은 그 전 5년간(1.1%)보다 2.5배 늘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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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를 찾아 아이엠지티(IMGT)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췌장암 치료 목적의 집속 초음파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7.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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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케어 손본다…MRI·초음파 건보 줄이고 무임승차 차단

이에 초음파·MRI 급여화에 제한을 두는 '보장성 강화 항목 및 계획 재점검'이 제시됐다. 올해부터 적용하려던 근골격계 초음파·MRI에 제한적 급여화를 하기로 했다. 아직 기준은 없지만 의료적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1년에 365회 이상 외래의료를 이용하는 이른바 '의료쇼핑' 사례에 본인부담률을 높여 과다 이용을 막을 계획이다. 지난해 연간 외래의료 이용 횟수가 365회 넘는 사람은 2550명이다. 이들에게 들어간 급여비는 251억4500만원에 달한다.

외국인 피부양자나 장기 해외 체류 중인 국외 영주권자가 입국 직후 고액 진료를 받는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차단하기 위해 건보 적용에 6개월의 필수 체류조건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밖에 타인의 건보 자격을 도용해 진료받는 환자를 막기 위해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하고 도용이 적발되면 환수액을 1배에서 5배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해 무임승차를 단속할 방침이다.

◇보장성 약화 우려, 미봉책 지적도…"지출구조 개편 시급"

하지만 이번 대책에 담긴 과다 의료이용이나 외국인 피부양자 등이 건보 재정에 끼치는 악영향이 큰 규모도 아닐 뿐더러 구조적인 방법이 없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건보 재정 부담은 줄지 몰라도 국민 의료비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며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본인부담률 상향 등 단편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료는 대표적인 공급자 주도 시장으로 비급여 남용을 줄이기 어렵다"며 "신포괄수가제(행위별 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합)를 확대하고 일차의료를 강화하며 공급체계, 지불제도,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건강경제학을 연구하는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대책이 과잉 의료이용을 차단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의료이용을 유형화해 본인 부담, 가격 조정을 현실화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정부도 당장 눈에 띄는 것을 잡겠다는 취지일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행위별 수가제(행위별로 진료비 지급)'라는 양적 기반의 지불제도를 유지해왔는데, 앞으로 의료이용 및 관리에 적합한 지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의 수입 증가율과 지출 증가 추이를 보면 계속 고갈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입을 늘려 문제를 막겠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노인 인구는 늘 것이라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 하루빨리 지출구조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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