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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내년엔 반도체도, 자금시장도 어렵다…고물가·저성장 공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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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8일 한국경제가 당분간 5%대 고물가가 이어지고, 성장세는 올해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중앙일보

2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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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날 국회에 이런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제출했다. 한은이 보고서를 통해 점검한 한국 경제 상황은 어두웠다.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반면 물가는 5%대 고물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물가상승을 반영해 임금과 가격 등이 계속 오르고 있는 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도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다.

문제는 성장이 더 꺾일 가능성 높다는 점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여파 등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의 금리상승 영향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높은 가계부채 수준, 주택시장 부진 등이 경기 하방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향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성장이 크게 둔화하는 경우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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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반도체 경기도 위태롭다. 보고서는 반도체 경기가 내년 하반기가 돼서야 회복할 것으로 봤다. 수요감소로 늘어난 반도체 재고는 반도체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한은은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반도체 수출이 내년에는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올해 2분기 한국 경제는 전년 대비 2.9% 성장했는데 이중 반도체 제조업의 기여도가 1%포인트였다. 반도체 경기가 식을 경우 한국 경제 전반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한은은 반도체의 성장 기여도가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 성장에는 플러스(+)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위태롭다. 보고서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자금시장에 대해선 “정부와 한은의 시장안정 대책 발표 이후 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높은 신용 경계감이 이어지면서 시장 기능은 아직 정상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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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전채 금리가 4%대로 내려가는 등 채권시장에서는 온기가 돌고 있다. 다만 CP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는 등 불안감도 여전하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과 같은 작은 불씨로도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이 꼽은 불씨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연말 자금수급 악화 가능성 등이다.

예컨대 올해 12월 중 만기가 돌아오는 CP만 81조7000억원이다. 연말은 금융기관의 북클로징(회계 장부 마감) 영향으로 자금 수급의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다. CP 상환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한은은 “일부 부문의 불안이 여타 부문으로 급속히 퍼질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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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12월)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창호 조사총괄팀장, 이상형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우신욱 정책협력팀장 (한국은행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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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한은은 연말을 넘기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놨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보고서 발표 후 간담회에서 “단기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RP 매입 규모를 당초 계획한 6조 원보다 확대하고 만기도 연말을 넘길 수 있도록 14일물이 아닌 1개월물로 바꿀 예정이다

한은의 통화정책 방정식은 복잡해졌다. 한은은 일단 경기 위축보다는 물가잡기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물가와 성장이 정상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총재보는 “여전히 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부동산 경기 하락 등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한은이 내년 중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시장에선 나오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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