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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러 원유 상한제'에도 유가는 1년만에 최저치…"R의 공포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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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다. 유가 상승을 자극하는 러시아산 원유 상한제가 시행됐지만, 이른바 ‘R(Recession·침체)의 공포’가 시장을 짓눌러서다. 여기에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계 거물들까지 잇달아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불안감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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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EMX)에서 거래되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5% 떨어진 배럴당 74.25달러에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12월 23일(73.79달러)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WTI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90달러를 넘어섰지만 12월 들어 다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벤치마크(기준점)인 영국 브렌트유도 4.0% 떨어진 79.35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지난 1월 3일(78.98달러)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역시 3.5% 하락한 77.97달러에 마감했다.

앞서 시장에선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상한제를 확정한 데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하루 200만 배럴 감산 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원유 공급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상한제 결정 직후 아시아 시장에서 거래된 원유는 전 거래일 대비 2%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더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이번 달에 이어 내년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2연속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광래 삼성선물 선임연구원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거라는 예상과 함께, 경기 둔화를 넘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유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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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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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국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놓은 우려의 목소리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월가(街)의 왕’이라는 별칭을 가진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이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것들이 경제를 탈선시키고, 사람들이 우려하는 대로 가벼운 또는 강한 경기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도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노동자 급여가 감소하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며 “미국 경제가 순탄치 않은 시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금융자원을 더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 역시 “미국 경기가 내년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잇단 침체 경고에 다우지수(-1.03%),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1.44%), 나스닥지수(-2.00%) 등 뉴욕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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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화상으로 국가안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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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러시아 정부가 예상보다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도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최근 상한제에 맞서기 위해 ‘유가 하한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고정 가격을 부여하거나 일정 비율 이상은 할인을 하지 않는 식이다. ‘상한제에 동참한 국가에 원유 수출을 전면 중단하겠다’던 강력한 경고에서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만일 러시아 정부가 하한제를 적용하는 선에 그친다면 (유가 상승 요인인) 극단적인 원유 공급 차질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저유가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가 하방 압력이 강한 상황은 맞지만, OPEC+가 언제든 추가 감산에 나설 수 있는 만큼 과거처럼 유가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며 “수요와 공급이 타이트하게 유지되면서 유가가 당분간 박스권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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