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부도 싼 가격 공급 동의"…러시아산 밀도 수입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한 주유소.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이 값싼 에너지 확보를 위해 러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서방 각국이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각종 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지만 파키스탄은 경제 붕괴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탓에 이에 역행하는 행보를 펼치는 셈이다.
6일(현지시간) 지오뉴스 등 파키스탄 매체에 따르면 무사디크 말리크 파키스탄 석유 담당 국무장관은 전날 러시아산 연료 수입 계획을 밝히며 "러시아 정부도 원유는 물론 휘발유와 경유까지 싼 가격에 공급해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말리크 장관은 "아울러 러시아의 민영기업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대표단을 이끌고 모스크바를 직접 방문,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파키스탄과 러시아가 원유 등 에너지 교역에 합의한 것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파키스탄 경제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해 대외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면서 수렁에 빠졌다.
특히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원유 등 국제 연료 가격이 상승한 탓에 외화가 부족한 파키스탄엔 큰 부담이 됐다.
파키스탄의 외환보유고는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75억달러(약 9조8천억원)로 떨어진 상태다. 이는 약 한 달 치 수입 비용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 등의 제재로 인해 원유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도 판매 가격을 낮추며 활로를 찾는 상태다.
지난 5일부터는 주요 7개국(G7)과 호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하고, 이 기준을 지키지 않는 해운사는 미국·유럽 보험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했다.
다만, 인도와 중국 등 일부 국가는 서방의 우려 속에서도 러시아산 원유를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에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는 인도의 예를 들며 "우리도 같은 권리를 갖고 있으며 수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르 장관은 전날 러시아로부터 45만t의 밀을 수입하는 안도 승인했다.
파키스탄은 연간 2천500만t 이상의 밀을 생산하지만, 수요가 많아서 해마다 250만∼300만t을 수입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우기에 국토의 3분의 1가량이 물에 잠길 정도로 큰 홍수가 발생하면서 밀 유통과 저장에 상당한 타격이 생긴 상태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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