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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법원장 추천제' 격론…그러나 "대법원장 인사권 존중" 용두사미된 법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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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회의)가 5일 법원 내에서 공개 비판이 제기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관해 “객관적인 사유가 없으면 각급 법원 구성원이 법원장 후보로 추천한 법관 중에서만 법원장을 임명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김명수 대법원장에 전달하기로 했다.

최근 법관회의 산하 법관인사제도분과위원회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인기투표식이고 사법 포퓰리즘을 확대하는 원인이란 지적이 있고,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있는 수석부장판사 중 상당수가 법원장 후보로 추천돼 임명되고 있는 상황 때문에 대법원장이 전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며 법원행정처에 설명을 요구했다.

한때 법관회의는 김명수 체제를 싹틔운 토양으로 기능했지만 지난해 중도 성향의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를 향해 쓴소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정기회의에서부터 “법원장 후보를 추천한 해당 법원의 의사를 존중하라”(지난 4월 1차 정기회의)는 주장이 표출됐고 최근 공개 비판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법관회의는 지난 2일 대법원이 “절차적 만족도와 제도 정착 가능성이 높다”는 자화자찬식 답변을 내놓아 비판 여론이 확산하는 국면에서 열렸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법조경력 22년 이상으로 법관 재직기간이 10년 이상인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 법원장이 되고 싶은 사람이 해당 법원 판사 3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 입후보하면, 투표를 통해 다득표자를 가리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임명하는 제도다. 김 대법원장이 2019년 “법원장 인사권을 민주적으로 나누겠다”며 도입해 올해까지 13곳 법원에서 시행됐고, 내년부터 전국 20개 법원으로 확대된다.

중앙일보

전국법관대표회의 2차 정기회의가 5일 고양시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렸다.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관해 토론한 뒤 '각급 법원 추천위의 추천결과를 최대한 존중하라'는 의안을 공식 의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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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양시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2차 정기회의에서도 약 1시간 30분간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관한 열띤 토론이 오갔다. ‘대법원장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따라 법원장을 보함에 있어 비위 전력, 형사징계절차 진행 등 객관적인 사유가 없는 한 최다득표자 보임을 원칙으로 하는 등 각급 법원 법원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결과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내용의 의안이 테이블에 올라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9년 이후 해당 법원이 추천하지 않은 법관이 법원장에 임명된 사례는 두 차례 있었다. 피추천자 중에서 최다 득표자가 아닌 법관이 임명되는 사례가 종종 나오면서 “대법원장이 여전히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하려고 한다”(재경지법 부장판사)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법관회의는 토론 결과 ‘최다 득표자 보임을 원칙으로 하는 등’이란 문구를 삭제해 수정안을 마련했다. 법관회의 측은 원안이 수정된 이유에 대해 “선거제(직선제) 방식을 택하는 경우 선거 열기가 과열될 수 있고, 대법원장의 인사권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수정안은 총투표 수 91표 중 찬성 59표, 반대 26표, 기권 6표로 가결했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의결된 의안은 사법행정담당자인 김 대법원장에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관한 안건으로는 ‘대법원장이 수석부장을 임명하는 구조와 수석부장이 다른 후보와 비교해 투표에서 유리한 지위에 있음으로 인해 제도가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개선 등 최선의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내용은 ‘제도개선 등’이란 문구가 삭제돼 표결에 부쳐졌지만 총투표 수 93표 중 찬성 43표, 반대 44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토론 과정에선 ‘수석부장이 법원장 후보 추천에서 유리한 건 제도상 어쩔 수 없다’ ‘잠재적인 법원장 후보로서 1년간 수석부장을 지내며 법원 구성원들이 지켜보는 건 오히려 검증 기간을 거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어 나름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는 옹호론과 ‘수석부장 임명제도와 수석부장의 이점이 결합해 법원장 후보 추천 과정에 대법원장의 의견이 강하게 들어갈 수 있다’는 비판론이 팽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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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대전지법 부장판사)이 5일 고양시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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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부장의 경우 같은 법원 소속 법관들과 접촉면이 넓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른바 ‘선거운동’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 대법원장이 자신의 측근을 각급 법원 수석부장에 임명해 후보 천거 단계부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실시된 13개 법원 중 수석부장(직무대리 포함)이 자식이 재직 중인 법원의 법원장 후보로 추천된 경우는 9명, 이 중 실제 법원장에 임명된 사례는 6명이다. 법관회의 법관인사분과위는 지난 27일 “며칠 전 공개된 서울중앙지법원장 후보자들은 모두 수석부장(송경근 민사1수석부장, 김정중 민사2수석부장)이거나 직전 대법원장 비서실장으로 근무한 분(반정우 부장판사)”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법관회의에서도 ‘수석부장이 사실상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서 유리하다’는 데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선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존폐 여부에 대해선 논의되지 않았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 확대 시행을 차기 대법원장 임명 후로 미뤄야 한다거나, 피추천자 득표 순위를 공개하자는 의견도 나오지 않았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오늘 제시된 안건은 추천제 존치를 전제로, 어떻게 바람직한 제도로 이끌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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