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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약해지는 파업동력...‘업무개시 명령’ 받은 기사 66%가 “복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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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정치파업 갈수록 힘 잃어

화물연대 파업(운송 거부)에 참여하고 있는 화물기사들 중 상당수가 정부 업무개시명령을 받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자 11일째로 접어든 파업 동력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2일 오전 강원 영월군 한일현대시멘트 앞에서 국토교통부와 영월군청 관계자들이 경찰 기동대의 엄호 속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노조원 차량 8대에 업무개시명령서를 부착하고 있다.2022.12.2./강원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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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시멘트 화물 분야 운송 거부자 2500여 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기사들에게 일일이 우편(등기)이나 휴대전화 문자로 업무개시명령서를 보내고 있다. 지난 3일까지 운송업체를 통해 주소를 확보한 화물 기사 455명에게는 명령서를 등기로 보냈다. 주소를 확보 못한 기사 264명에겐 문자로 명령서를 보낸 뒤 업무 복귀를 독촉하는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264명 중 185명이 전화를 받았고 이 중 175명이 “복귀하겠다” “이미 복귀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복귀 의사가 없다”고 나온 기사는 10명에 불과했다. 문자로 명령서를 보낸 화물기사 중 66%, 전화통화까지 연결된 기사 중 95%가 파업을 풀고 운전대를 다시 잡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시멘트 화물 기사는 80%가량이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 조합원이다.

파업 중인 화물 기사들이 국토부에 전화를 걸어 “명령서 송부가 왜 이렇게 늦느냐. 빨리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파업에 참여하긴 하지만 화물연대 조합원들 속내는 복잡하다. 명령서를 받으면 다음 날까지 복귀해야 한다. 안 하면 운송면허 취소와 함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최근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소득이 끊기고 할부로 내야 하는 화물차 구입 비용 부담도 커져 고통을 호소하는 기사들도 늘었다. 명령서를 핑계 삼아 업무에 복귀하고 싶어하는 기사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20여 개 운송사에서 “화물연대 협박 때문에 운행을 못 하고 있다” “안전 보장만 해주면 즉시 복귀하겠다”는 뜻을 국토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들어 이번 주 안에 명령서 송달이 거의 끝나면 화물 기사들이 속속 현업에 복귀하고 파업 대오가 흐트러지면서 총파업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핵심 품목 물동량도 점차 회복 수순이다. 지난 3일 시멘트 분야 출하량은 8만4000t으로 평시 토요일 출하량(10만5000t)의 80% 수준까지 올라갔다. 업무개시명령 전엔 평시의 5~10%에 불과했다. 컨테이너도 이날 기준 반출·입량이 평시 대비 63%까지 상승했다. 화물연대가 운송을 맡는 비율이 35%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은 분야인데도 이렇다. 정유 부문 역시 기사들 중 화물연대 가입자가 80%에 달하는데도 출하량이 이미 평시의 80%를 넘어섰다. 시멘트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니 그 파급 효과가 컨테이너·정유 부문까지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여전히 민주노총 집행부는 최근 산하 건설노조 건설·기계지부에 ‘5일부터 건설현장의 콘크리트 타설을 전면 중지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내면서 이탈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에서 강제 영업 개시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시멘트) 벌크 차량이 일부 현장에 물량을 풀고 있다. 이러면 전체 노동자들이 힘들어지고 투쟁만 장기화된다” “5일부터 타설 전면 중지를 통해 화물연대 동지들의 투쟁에 힘을 실어야 한다”며 조합원들을 압박했다.

이 같은 ‘타설 중단’ 투쟁은 실제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시멘트·정유 운송 분야는 민노총 산하 화물연대 가입자가 80%로 대부분이지만, 건설 부문은 그 비율이 6% 미만(10만명 미만)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타설을 담당하는 레미콘 차량(믹서트럭)의 11%(3000여 대) 정도가 민노총 조합원 차량이지만 이 역시 부산·울산·경남에 몰려 있어 전국적으로 타격을 주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운송 방해’처럼 건설 현장에서도 민노총의 ‘타설 방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국토부 산하 전국 국토지방청에 신고 센터를 만들었다. 정부 관계자는 “타설 방해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경찰도 신속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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