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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백남준이 그린 1984년과 2024년…우린 행복해졌을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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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는 미술관 ‘노이에 피나코테크’, 스위스 취리히에는 미술관 ‘쿤스트 할레’가 있습니다. 독일어로 노이에(NEUE)는 새로운, 쿤스트(KUNST)는 예술이라는 뜻인데요. 한겨레가 ‘노이에 쿤스트’를 시작합니다. 노이에 쿤스트는 시각예술을 다루는 미술 전문 영상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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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위성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출연한 미국 공연예술가 로리 앤더슨.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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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의 소설 ‘1984’가 그린 사회에서는 기술을 이용한 독재가 이뤄집니다. 텔레비전과 비슷한 ‘텔레스크린’이 하루 종일 사람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수집하지요. 당연히 사생활과 개인 공간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책 마지막 장까지 암울하고 삭막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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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박승연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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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2024년이야’ 전시회장. 박승연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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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1984년 1월1일 새벽. 전 세계인은 텔레비전을 통해 독재자의 감시를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2500만명의 시청자가 위성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보면서 축제를 즐기고 있었죠.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1931∼2006)이 지휘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의 스튜디오를 위성연결(지상 지국과 상공 인공위성 사이의 통신) 하면서 당시 주목받던 예술인의 퍼포먼스를 생방송으로 내보냈습니다. 미디어가 사람을 통제할 거라는 조지 오웰의 예측을 반박하듯, 텔레비전에선 화려한 미디어 아트와 함께 춤, 노래, 연주, 실험음악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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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이 24대의 텔레비전과 물고기를 이용해 제작한 ‘TV 물고기’(1975). 박승연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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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40년이 흐른 2024년, 백남준이 위성 쇼를 했던 1984년과 지금은 어떻게 다를까요? 그가 바라던 세계의 평화와 인간의 행복이 찾아왔을까요? 눈부시게 발전한 미디어 환경에서 예술가는 자유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을까요?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이 지난달 21일부터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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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이 제2차 세계대전 격전지였던 솔로몬제도를 방문한 뒤 제작한 미디어 아트 ‘과달카날 레퀴엠’(1977).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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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은 두 개의 전시로 구성됐습니다. 기획전 ‘일어나 2024년이야’는 비디오 아트 ‘과달카날 레퀴엠’(1977)으로 시작합니다. 1976년 백남준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쟁의 격전지였던 섬나라 솔로몬제도 과달카날에서 첼로 연주자 샬럿 무어만과 함께 퍼포먼스 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전쟁으로 고통받은 사람을 위로하는 백남준의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이죠. 8년 뒤 평화와 화합을 노래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모티브가 된 영상이기도 합니다. 전시장에서도 ‘과달카날 레퀴엠’을 본 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이어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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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은 ‘칭기즈칸의 복권’(1993). 박승연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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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또 다른 대표작들도 전시됐습니다. 부처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TV 부처’(1974), 서울 올림픽을 기념한 미디어 아트 ‘손에 손잡고’(1988),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은 설치 작품 ‘칭기즈칸의 복권’(1993)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가 작품을 구상할 때 그린 스케치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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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키 작가의 ‘라이브 방송 중 해킹당한 BB?!??’(2024). 박승연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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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기획전 ‘빅 브러더 블록체인’은 백남준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동시대 작가의 미디어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백남준을 오마주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백남준의 정신’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홍민키 작가는 작품 ‘라이브 방송 중 해킹당한 BB?!??’(2024)에 ‘BB’라는 가상 유튜버를 등장시켰습니다. BB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의 생방송 무대를 연결했던 두 명의 사회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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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희 안무가의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2024). 박승연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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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희 안무가의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2024)은 청년 세대가 틱톡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특정 춤을 따라 추는 ‘챌린지’ 문화를 다룹니다. 백남준의 위성 쇼가 전 세계를 이어준 것처럼, 이양희는 SNS로 전 세계인이 문화와 즐거움을 공유하는 현상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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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손 영 작가의 ‘제단 음악’(2022). 박승연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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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 음악’(2022)은 제목 그대로 제단을 재해석한 삼손 영 작가의 작품입니다. 재단 주변에선 알고리즘이 만든 가짜뉴스가 찬송가처럼 흘러나오고, 복사기가 경전을 복사해댑니다.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처럼 신앙이나 감정을 만들어 낼 순 없다고 꼬집는 작품인데요. 백남준의 1984년과 백남준 후예의 2024년이 뒤섞인 전시회를 영상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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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글 황인솔 기자 breezy@hani.co.kr
영상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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