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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자체 코인 찍고 유튜버가 홍보…해외거래소 국내서 ‘난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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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은 위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신규 가입한 한국 고객은 자체발행 코인을 드립니다.”

가상자산 투자자 A씨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메일을 보낸 곳은 MEXC(멕스씨)라는 이름의 가상자산 거래소다. 멕스씨는 국내에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거래소다. A씨는 광고에 혹했지만 불법 거래소를 쓰는데 조금 걱정이 됐다. 하지만 코인 투자 커뮤니티를 보니 멕스씨를 쓰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A씨는 멕스씨에 가입해 신규 거래를 시작했다.

4일 코인커뮤니티를 비롯한 관련업계에 따르면 멕스씨를 포함한 국내 미신고 불법 해외거래소들이 연말을 맞아 한국인 대상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신규 사용자에게 거래 체험금을 증정하거나, 기존 사용자가 신규 사용자를 초대하면 자체발행 코인을 증정하는 식이다.

이 같은 행위가 문제인 이유는 이들 거래소의 한국인 대상 영업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8월 멕스씨를 비롯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금융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국내에서 불법 영업을 했다고 담당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당시 FIU가 지목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는 멕스씨, 쿠코인, 페멕스를 포함해 총 16곳이다.

이들 불법 해외거래소들은 특히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금지된 마진 거래를 조장하고, FTX사태로 위험성이 우려되는 자체 발행코인을 활용한 마케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달 전세계적 문제가 된 FTX사태는 FTX가 자체발행코인 FTT를 활용한 과다한 담보대출과 자금 돌려막기, 자산 부풀리기가 원인이다. 코인업계는 쿠코인의 KCS코인이나 멕스씨의 MX코인도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멕스씨는 공짜로 찍어낸 자체발행 코인을 한국인들에게 주면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마진 거래 조장도 문제다. 마진거래는 담보금을 기반으로 대출금을 끌어와 거래하는 것을 뜻한다. 멕스씨와 페멕스는 일종의 가짜돈을 증정하는 식으로 한국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체험금으로 이익을 내면 딴 돈은 가져갈 수 있는 식이다. 한 가상자산 투자자는 “체험금이다보니 대출 비율을 높여서 위험 투자를 하게 되고, 한번 해보면 그 맛에 빠져들게 된다”면서 “사실상 도박 체험금을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튜버를 통한 마진 거래 조장도 활발하다. FTX나 바이비트를 비롯한 거래소에선 유튜버들이 한국 고객들을 끌어오면 보상금을 주는 식으로 국내 홍보를 했다. 유튜버들은 보상금을 위해 고위험 거래를 하는 걸 개인 방송으로 송출한다. 이들은 마진거래로 수십억을 벌었다며 시청자들을 해외거래소로 끌어들인다.

투자자 피해가 발생해도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조치를 거래소에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실제 지난 10월 멕스씨는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에 갑작스럽게 한 코인 상품을 상장폐지하기도 했다. 멕스씨는 거래가 중단되니 매도를 하라고 안내했지만, 실제로는 공지와 동시에 거래소가 임의로 모두 매도 처리했다. 투자자들은 손쓸 방법이 없었다. 코인업계에 따르면 이들 해외 거래소는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변호사와 상의하겠다는 식으로 무책임한 답변만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미지근한 대처도 이들이 배짱 영업을 이어가는 배경이다. FIU가 이들 거래소 웹사이트를 국내에서 접속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방심위는 석달이 넘도록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코인업계 관계자는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된 해외 거래소들이 점점 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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