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극적 합의…60달러 이하 원했던 폴란드 '설득'
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에너지 전쟁을 시사하는 일러스트.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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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로 하는 상한제에 마침내 합의했다. 협상 막판 더 낮은 가격을 요구했던 폴란드에 EU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를 약속하며 설득에 성공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유조선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이 5일 발효되기 전에 러시아산 원유 상한을 60달러로 정하기로 EU가 최종 합의했다.
협상 막판 폴란드의 반대에 봉착했지만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가 대러 추가 제재를 약속하며 설득했다. 배럴당 60달러로 상한제를 실시한 뒤 1월부터 매 두 달마다 상한가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시장 변동에 따라 러시아가 수출하는 원유 가격의 최소 5% 낮은 가격이 상한가로 설정될 수 있도록 제안했다. EU 집행위는 9차 대러 제재도 신속히 준비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차관보도 두 달에 한 번씩 상한가를 검토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유가상한제를 최초 제안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 의견으로 배럴당 60달러 타결을 설득해 왔다. 아데예모 차관보는 "배럴당 60달러에서 시작하는 것일뿐, 상한가는 변동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산 원유는 배럴당 73달러(ESPO)~76달러(Solol)로, 영국 브렌트유(87달러)나 미 텍사스유(81달러)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러산 원유 거래는 투명성이 떨어져 현실적으로는 배럴당 60달러를 훨씬 밑돌기도 한다.
상품 시장 가격 평가 매체 아구스 미디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러시아산 우랄 원유는 발트해 연안 연해주 항구에서 배럴당 48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유조선 블라디미르 아르세녜프가 러시아 극동 나호드카 인근의 석유 수출항인 코즈미노에 정박돼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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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으로선 가격을 무조건 낮추기만도 어렵다. 본래 제도 취지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수익을 제한해 러시아의 전쟁 비용 마련을 막으면서도, 국제 원유 거래에서 러산 원유가 계속 유통되도록 해 과도한 공급 부족과 유가 급등을 예방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G7 당국자들은 미 동부 시간 기준 2일 상한가를 배럴당 60달러로 하는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를 위해선 EU 당국자들의 막판 합의가 이뤄져야 하며, 일본을 비롯한 G7 회원국들이 주말까지 준비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다.
러시아는 유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국가에 원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배럴당 60달러에는 원유를 팔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글로벌 해운 산업과 선박 보험·금융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를 우회해 원유를 판매하면 더 큰 비용이 초래돼 러시아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러산 유가 상한제는 상한가 이하의 가격으로 러산 원유를 사들인 선박에 유럽의 보험과 금융 및 중개 등 수송 관련 필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위반 선박은 90일간 운항을 금지하는 쪽으로 세칙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오는 5일부터는 EU가 6차 대러 제재로 확정했던 러산 원유 해상운송분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미국이 유가상한제 실시 시점을 5일로 잡은 것도, 금수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급등할 것을 대비하는 의미가 있다.
러시아는 EU에 매일 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해상운송분으로 판매해 온 만큼, 당장 이를 중단하면 러시아에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트레이딩 업계에서는 러시아가 EU로 향하던 해상운송분 원유 판매처를 찾기 위해 애쓰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한편 우리 정부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옐런 미 재부장관을 밝힌 자리에서 유가상한제 동참 의사를 밝힌 만큼 제도 시행에 따른 우리 정부의 대응도 주목된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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