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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행정처 "법원장 추천제 법관 만족감 높아" …법관회의 "비판에 눈 감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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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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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 대법원이 “법관들의 만족감과 성취감이 상당하다”는 자평을 내놨다. 2일 법원 내부망에 공개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지방법원장이 되고 싶은 사람이 해당 법원 판사 3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 입후보하면, 그 법원 소속 판사들이 투표로 순위를 매긴 다음 대법원장이 최종적으로 법원장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9년 대구지법과 의정부지법부터 실시한 이 제도를 내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경험한 법관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자평의 근거로 삼았다. 지난 2020년과 2022년 시행된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원장 후보 추천제로 인해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사법행정 문화가 조성되고 법원장과 구성원 상호 간의 소통이 원활해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판사들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그중에서 법원장이 보임되는 것에 대해 절차적인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최종 후보자 중에 법원장이 임명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좌절감과 허탈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설문조사에 참여한 법관들은 ▶'인기투표'로 비치는 것에 대책이 필요하고 ▶수석부장판사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되는 문제가 있으며 ▶투명하고 공정한 보임을 위한 절차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 제도를 섣불리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전국법관대표회의 산하 법관인사분과위원회는 내부망에 글을 올려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인기투표 식이고 사법 포퓰리즘을 확대하는 원인”이라며 “수석부장이나 법원장이 사법행정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장이 임명한 수석부장판사나 지원장이 법원장 추천 후보가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도리어 강화될 수 있는 점도 문제 삼았다. 특히 6일부터 투표가 시작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사례를 특정해, “대법원장이 특정 법관을 법원장 후보로 염두에 두고 추천제를 밀어붙이려 한다”고도 지적했다. 대법원 예규상 대법원장은 최다득표자가 아닌 후보를 법원장으로 임명할 수도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원행정처를 향해 ▶비난이나 지적에 관해 행정처가 인식하고 있는지 ▶제도 확대 발표 전에 검토가 있었는지 ▶제도 개선을 모색할 의지나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한 공개 질의를 했었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회신에서 소속 법관들이 적합한 후보를 고르면서 제도가 차츰 보완될 것으로 내다봤다. “법관들이 여러 덕목을 고려해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면서 “이번에 제정된 예규에 따라 법원장 인선 자문 위원회를 설치해 후보 적합성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수석부장이나 지원장이 법원장으로 임명된 사례 등을 공개하면서도 “대법원장이 가까운 인사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데에 제도가 악용된다”는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비판은 일축했다. “소속 법원 법관들이 여러 덕목을 고려하여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며 “수석부장판사를 임명할 때도 역할 특성상 실력 및 품성, 해당 법원의 기수 분포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내부에서는 “공개 질의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목적과는 다르게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강하게 행사할 여지가 충분한데도, 제도 악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측근을 법원장으로 앉히고 싶다면 차라리 예전처럼 바로 임명하는 게 낫다”며 “임기 말에 치적을 굳히고자 무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5일 열리는 정기회의에서 이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2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서 전국 법원장들에게도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확대해 시행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취임 초부터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좋은 재판’을 실현하는 것에 있음을 역설해 왔다”며 “남은 임기 동안, 처음 다짐했던 ‘좋은 재판’의 실현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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