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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세지면 더 세질것" 초강경 정부…화물파업 현장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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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중앙일보

지난달 30일 경부 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급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주유소 주유기에 붙어 있다. 품절 주유소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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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 간에 두 번째 교섭이 열렸다. 면담은 40분 만에 끝났다. 3차 면담 일정도 안 잡았다.

이날 면담은 정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종료됐다. 정부가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부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신호다. 국토부는 이날 "오늘은 업무복귀를 요청하러 나왔다"고 했다고 한다. 선(先)업무복귀가 없으면 교섭도 없다는 선언이다. 화물연대는 강하게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당초 요구안(안전운임제 영구 운영,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보다 진전된 안을 가지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래 봐야 안전운임제 확대 적용 품목을 당초 7개에서 조금 줄이는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하나씩 내주는 식으로 봉합하면 매번 이런 식의 불법행위가 반복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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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와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관련 부서 직원들이 명령서 집행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25분 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시점부터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다. 명령서를 전달받지 않기 위해 회피하는 경우 형사처벌에 더해 가중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500여 명이다. 관련 운수사는 209곳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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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중단이라는 강경 입장도 내놨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화물연대가 면담 내용을 왜곡해서 외부에 전달하면서 법 집행을 늦추고 방해하는 등 명분벌기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 발 더 나갔다. 시멘트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29일)을 발동한 데 이어 정유, 컨테이너, 철강 등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사태의 추이를 보며 추가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3년간 연장하려던 안전운임제를 이참에 폐지하겠다는 의중까지 비쳤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하면 교착상태에 빠져 집단 운송 거부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힘든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 산업현장의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여기에 철도노조 파업(2일)까지 예고된 상태다. 자칫하면 육상 물류가 마비될 수 있다.

역대 정부에선 이쯤 되면 어떻게든 달래려 노력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물러설 기미가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더 세면 세졌지, 줄일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초강경 자세다.

화물연대는 현재의 집단 운송 거부를 유지하겠다는 방침 이외에는 이렇다 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흐르면 화물연대가 코너에 몰리는 형국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업에 돌입할 때 형성했던 대오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을 붙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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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일주일째인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앞 도로에서 노조원들이 오가는 유조차를 향해 선전전을 하고 있다.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송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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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정부의 동향 파악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업무개시명령이 송달되면서 운송 복귀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일 복귀자는 그 전날(30일)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못 이기는 척 송달서를 받고 복귀하는 기사가 많다"는 것이다. 업무개시명령을 어기면 화물운송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더욱이 정부가 강경한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요구사항을 관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화물기사 입장에선 운송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차량 월부금과 생활비 등 생계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적 고민은 집단 운송 거부 현장에서 불법행위 급감으로 표출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행위가 거의 사라졌다 싶을 정도로 확 줄었다. 화물차로 움직이며 확성기로 욕하고 소음을 일으키는 정도인데, 이것도 경찰이 출동하면 급하게 도주하면서 자취를 감춘다"고 말했다. "처벌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는 등 당장 생계에 큰 타격이 생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장기화하더라도 피해 규모는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 교수는 "복귀자가 늘면 더디지만 정상화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한편으론 지난 6월 하이트진로 운송거부 때처럼 사업장 단위의 산발적 운송거부로 전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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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간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이날 자정 무렵 극적 타결돼 서울 지하철은 파업 하루 만인 이날 첫차부터 정상운행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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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이 6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파업을 장담한 곳은 개별 사업장의 문제"라며 "지금은 화물연대 사태 정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쟁의권이 있는 사업장에서 파업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쟁의권이 있는 사업장'은 파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조정, 조합원 찬반투표, 쟁의행위 발생 신고 등 법적 절차를 모두 밟아 합법적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사업장을 지칭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투쟁한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민주노총이 그동안 보여온 극렬한 투쟁 행보에 비춰볼 때 상당한 변화가 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화물연대 사태를 정부가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면 다른 사업장도 이를 지렛대 삼아 교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물연대가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향후 노사관계에 확고한 시그널로 작동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여서다.

이 와중에 서울지하철 노조는 파업 하루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민주노총의 구상대로라면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이 최소한 총파업 일로 못 박은 6일까지는 이어질 법했다. 더욱이 지하철노조는 화물연대와 같은 공공운수노조 소속이다. 결국 정부의 분석처럼 "개별 사업장의 문제"로 결론이 나는 셈이다. 민주노총이 파업을 기획·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각자도생의 행보를 보이는 형국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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