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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쿠팡에서 비비고·햇반 못 산다…상품 발주 일방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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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납품 협상 중 마진율 인상 거부하자 발주 중단

휴지 등 만드는 ‘쌍용C&B’도 납품 중단…업계 “갑질”


한겨레

쿠팡이 최근 식품업계 1위 기업인 씨제이제일제당 상품의 발주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요구하는 내년도 마진율을 씨제이제일제당이 거부하자, 이에 대한 보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쿠팡 본사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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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최근 식품 업계 1위 기업인 씨제이(CJ)제일제당과 화장지를 만드는 쌍용씨앤비(C&B)의 상품 발주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마진율 협상을 하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올해 말까지로 돼 있는 계약을 깨고 갑자기 납품을 중단시킨 것이다.

29일 식품 업계 말을 종합하면, 쿠팡은 최근 씨제이제일제당 햇반·비비고만두·김치·가정간편식 등 거의 전 제품에 대한 발주를 중단했다. 쿠팡이 지난달 말 씨제이제일제당과 내년도 상품 마진율 협상을 진행하면서 요구한 마진율을 씨제이제일제당이 과도하다며 거부하자 갑자기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쿠팡은 또한 이달 중순부터 코디·데코 등 화장지를 만드는 쌍용씨앤비 제품도 발주 중단에 들어갔다.

문제는 쿠팡과 씨제이제일제당 등의 마진율 협상이 내년도 납품에 해당하는 것임에도 쿠팡이 이미 계약이 돼 있는 올해 납품 물량마저 발주를 중단했다는 데 있다. 현재 쿠팡에서 팔리는 씨제이제일제당 관련 제품은 일부 중간 사업자들이 확보해뒀던 재고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가 다 소진되면 소비자들은 앞으로 쿠팡을 통해서는 씨제이제일제당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1~2주 사이 쿠팡의 상품 발주가 중단된 것이 맞다”고 확인하면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쌍용씨앤비 관계자 역시 “쿠팡이 발주를 중단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현재도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씨제이제일제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일부 식품업체가 쿠팡의 과도한 마진율 요구를 수용했다가 적자를 본 것으로 안다”며 “업계 1위 대기업인 씨제이제일제당에 이런 갑질을 일삼는 쿠팡인데, 더 점유율이 낮은 기업엔 오죽하겠느냐. 씨제이제일제당이 당한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쪽은 “연초부터 씨제이제일제당은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한편, 발주 약속 물량을 터무니 없이 공급하지 않는 등 되레 갑질을 해왔다”며 “쿠팡은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대기업들과 협상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재벌과 대기업이 장악했던 유통시장에 많은 중소기업이 성장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씨제이제일제당과 쌍용씨앤비에 대한 이번 쿠팡의 발주 중단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납품업체 길들이기’로 해석된다. 앞서 쿠팡은 2019년에는 엘지생활건강이 ‘경쟁 이커머스 제품 판매가 인상 요구’ 등 불공정 거래를 강요한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을 전후해 이 회사의 상품을 로켓배송 목록에서 제외했다. 이에 지난해 8월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업체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엘지생건과 비슷한 시기 공정위 신고에 나섰던 크린랲 제품들도 로켓배송으로 살 수 없다. 크린랲은 2019년 8월 쿠팡이 자사 대리점과 공급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자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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