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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억이상 모은 ‘개인조합’… 올 벤처투자 2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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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출자액 3분기까지 4932억

위축된 벤처 투자시장에 단비

몇 년간 공모주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40대 개업의 김모씨는 올해는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개인투자조합에 3억원을 출자했다. 김씨가 출자한 개인투자조합은 14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벤처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퓨처플레이에 운용을 맡겼다. 김씨는 “공모주보다 전 단계인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 알아보던 중 평소 이용하던 증권사를 통해 개인투자조합에 대해 알게 됐다”며 “퓨처플레이 같은 전문 액셀러레이터(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회사)가 검증한 벤처기업들에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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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조합은 개인들이 투자를 위해 만든 조합을 말한다. 1인당 최소 100만원 이상, 총 1억원 이상을 출자한 뒤 출자금 총액의 50% 이상을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하고 ‘벤처투자법’에 따라 중기부에 등록해야 한다.

올해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관을 포함한 전체 벤처투자가 위축됐지만, 개인 자산가들의 벤처기업 투자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들의 가치가 떨어진 상황을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자금 확보가 어려웠던 벤처기업 입장에서도 개인들의 벤처투자가 숨통이 트이는 창구가 돼 ‘윈윈(win-win)’이라는 평이 나온다.

◇올 들어 3분기까지 25% 증가

2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개인투자조합 신규 결성 금액이 4932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을 합친 전체 벤처 투자액이 1.1% 느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급증세다. 권영학 중기부 투자회수관리과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하는 유니콘들이 많아지면서 벤처 투자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도 커졌다”며 “특히 투자한 기업의 업력을 따져보면 3년 이하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가 68.2%에 달해 벤처기업들의 시드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개인투자조합 신규결성액이 6278억원으로 전년(3324억원)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했다.

◇벤처 투자 시 소득공제 혜택

개인 투자자들이 벤처기업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소득공제 혜택도 있다. 개인투자조합 투자금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3000만원까지는 100%, 3000만원 초과분부터 5000만원까지 70%, 5000만원 초과분은 30%만큼 종합 소득 금액에서 공제된다. 단, 투자한 날로부터 3년간 투자 주식 또는 지분을 매각해서는 안 된다. 정부 관계자는 “연말정산을 앞두고 소득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신규 설립하는 사례가 많아 올해도 남은 12월까지 조금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벤처기업 투자는 이름 그대로 모험이기 때문에 개인들의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 커지자 증권사 상품도 등장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자 증권사에서 개인투자조합 설립부터 전문 액셀러레이터 연결까지 맡아 상품을 만드는 사례도 생겼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114억원 규모의 개인투자조합을 만든 데 이어 올해도 각각 180억원, 143억원 규모의 개인투자조합을 주선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 등에 관심을 갖던 개인들이 아예 창업 초기 단계부터 투자하기를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쿠팡, 쏘카 등 상장에 성공한 유니콘 기업들 모두 초기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많이 들어갔는데, 창업 초기에 투자한 기업이 잘될 경우 수백배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증권사가 신탁으로 만들어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민간 벤처 모펀드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들도 투자금의 40% 가까이가 개인 신탁일 정도로 비중이 높다”며 “특히 올해는 기관의 투자가 줄어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고 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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