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 MEX)에 따르면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4% 하락한 배럴당 79.73달러에 마감했다. WTI가 8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9월 30일 이후 두 달 만이다. 두바이유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3.7% 내린 배럴당 81.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데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강화 영향이 크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가 다시 얼어붙으면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방역 당국이 발표한 21일 중국 본토 신규 확진자 수는 2만7307명으로, 지난 16일 이후 6일 연속으로 2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상하이시 봉쇄가 있었던 4월 최고치(2만8973명)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수도인 베이징의 신규 확진자 수도 하루 1500명에 육박하면서 본격적인 봉쇄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 주말부터 식당 내 취식 금지,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전환 등 조치가 시행됐고, 일부 공공시설 운영도 중단됐다.
앞서 중국은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지난 13일 밀접접촉자 격리 기간 단축(10일→8일), 2차 밀접접촉자 격리 폐지 등 방역 수준을 완화하는 20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이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제로 코로나’ 정책도 단계적으로 철폐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증시(상하이종합지수)는 잠시 반등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완화 조치가 코로나 재확산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국제 유가 하락에 불을 댕긴 긴 원유 증산설이다. 다음 달 4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 회의를 앞두고 증산이 논의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국가들과 러시아·베네수엘라 등 비OPEC 국가들의 협의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하루 최대 50만 배럴까지 산유량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겨울이 다가오는 상황에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등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즉각 해당 보도를 반박했다. 사우디 국영 통신사 SPA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OPEC+가 다가올 회의를 앞두고 어떤 결정도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고, 비밀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OPEC+의 하루 평균 200만 배럴 감산 기조는 2023년 말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TI 가격도 ‘오락가락’ 증산설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WSJ 보도 직후 장중 7% 가까이 급락했다가 사우디의 반박이 이어지면서 낙폭을 줄였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국제유가 하락세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이르면 연말쯤 반등할 것으로 봤다.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겨울철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OPEC+는 원유 감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OPEC+는 산유량이 가장 많은 사우디 감산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겨울이라는 ‘계절적 수요’가 커지면 유가는 연말 혹은 내년 초에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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