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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안전운임제’ 방치한 정부…“화물연대 세질라” 노조혐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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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6월 합의뒤 5개월간 논의 손놔

정부, 파업 이틀 앞 사실상 ‘합의파기안’


한겨레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예고한 24일 0시를 이틀 앞둔 22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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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와 합의한 ‘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등을 전제로 총파업을 중단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5개월이 넘도록 안전운임제 개정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화물연대가 예고한 재파업을 이틀 남겨둔 22일 ‘일몰제 3년 연장, 품목확대 불가’라는 사실상의 합의파기안을 제시해 화물연대의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현 운영 중인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현재 컨테이너와 시멘트에만 적용되는 안전운임제 품목을 △철강재 △위험물질 △자동차 △곡물·사료 △택배간선 차량 등으로 확대하고, 일몰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실제 법안 심의로 이어지진 못했다. 9월29일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민생특위)에서 국토부로부터 안전운임제 시행결과 및 논의사항에 대한 보고를 받고 여야 의원 사이에 공방이 오갔을 뿐이다. 이후 민생특위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달 말 빈손으로 문을 닫았다. 관련 법안은 국토교통위로 넘어와 지난 16일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파행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역시 지금까지 안전운임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명시적인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예고한 24일을 이틀 앞둔 이날 ‘일몰제 3년 연장’ ‘품목확대 불가’라는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국토부는 △제도의 목적인 교통안전 개선효과가 불분명하고 △제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확대를 요구하는 품목의 화물기사들의 소득수준이 양호하다는 점을 개정안의 근거로 든다.

화물연대는 국토부의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 국토부는 컨테이너 ·시멘트 운송차량의 78 % (2만7500여대 ) 를 차지하는 ‘견인형 화물차’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가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인 2019년 21명에서 시행 이후인 2020년 25명, 2021년 30명으로 늘어났다는 점을 근거로 ‘교통안전 개선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대상 외 차량이 포함된 수치인 데다, 늘어난 숫자가 4명 , 5명에 그친다”며 “교통사고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매우 다양해 안전운임제 지속 시행을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미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령 안전운임제가 시행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의 1989~2021년 사고현황을 보면, 전년 대비 사고가 늘어나는 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 외 지역은 같은 기간동안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확대를 요구하는 품목의 화물기사 소득 수준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국토부가 ‘양호’하다고 하는 소득은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안전운임제는 안정적 소득뿐만 아니라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어서, 사고가 났을 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품목을 우선적으로 확대 요구 품목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에 대한 국토부와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가 “대기업 화주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화물운송을 위탁하는 화주단체들은 인건비·차량유지비·유류비 등에 근거해 적정운임을 산정하는 안전운임제 시행이 물류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전운임제에 반대해왔다. 특히 국토부의 안전운임제 담당국장인 구헌상 물류정책관은 지난 15일 화물연대와의 간담회에서 “안전운임제가 확대되면 화물연대 세력확장이 우려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 정책관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화물연대 조합원이 늘었고, 전체 화물기사의 10% 밖에 안되는 화물연대가 우리나라 물류를 세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화물연대가 상당히 커지면 물류시장 자체가 한쪽으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해당 발언에 대해 “개별기업과 노동조합의 교섭 자리에서도 나오지 않을 법한 노조혐오 발언이 정부 고위관료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며 “현 정부가 얼마나 왜곡되고 화주 친화적인 시각으로 화물운송산업을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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