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상승과 세율 인상이 겹치며 종합부동산세 폭탄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 21일 국세청의 세금 고지가 시작됐다. 문제는 최근 집값 하락에 실거래가가 공시가보다 낮은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지만 종부세 과세 기준은 올해 상반기로 설정되면서 세금 부담이 커진 납세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현 정부가 종부세 부담 완화를 위해 최근 시행령을 고쳐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구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췄지만 실수요자 세금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도 이를 넘어설 만큼 공시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21일 매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주요 단지 세 부담을 분석한 결과,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전용면적 84㎡를 보유한 1주택자는 올해 내야 할 종부세가 139만원으로 지난해(92만원)에 비해 52% 늘어났다. 공시가격이 지난해 13억6800만원에서 올해 16억9200만원으로 3억원 이상 껑충 뛴 영향이 직접적이다. 종부세에 재산세 등을 합친 보유세 총액은 599만원으로 1년 새 10% 늘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텐즈힐1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84㎡를 보유한 1주택자는 지난해 종부세가 3만4300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37만원이 고지될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공시가가 11억1000만원에서 12억7200만원으로 22% 뛴 여파가 컸다. 이 주택의 경우 당초 정부가 추진하려던 대로 종부세 기준선이 공시가 14억원으로 올랐다면 애초에 세금 대상이 되지 않았을 주택이다.
집값은 떨어졌지만 세금은 오른 단지도 속출했다. 서울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5㎡(1층)를 8년 보유한 1주택자는 올해 납부해야 할 종부세가 177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0만원 늘어난다. 올해 공시가격이 19억3700만원인 이 주택은 이달 19억850만원에 거래되며 실거래가가 공시가격을 뚫고 내려갔다. 이 주택은 지난해만 해도 공시가격이 15억8200만원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공시가 인상 계획에 따라 공시가격이 3억원 이상(22.5%) 오르면서 종부세도 크게 늘어났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종부세 부담 수준이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지난 7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근본적인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주택분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1가구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다주택자 중과 세율을 폐지하고 현재 일반 0.6~3.0%, 다주택 1.2~6.0%인 종부세율을 0.5~2.7%로 낮추는 세법 개정안도 내놨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기재부는 연내 정부가 내놓은 종부세 개편안이 통과되면 내년 주택분 납세자는 122만명에서 66만명으로, 총세액은 5조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올해 종부세 완화법의 국회 통과가 불발되면 종부세 납세 인원이 당초 전망보다 두 배, 세액은 3배가량 급증할 것이라는 뜻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종부세와 관련해 이날 "현 정부의 국민들에 대한 약속은 최소한 2020년 이전으로 세금 등 국민 부담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지나친 세금 부담으로 부동산 거래를 막겠다고 하는 부분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정책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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