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16일(현지시각) 오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폴란드에서 15일 발생한 미사일 폭발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15일 밤(현지시각) 폴란드 동부 국경도시에서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사일이 러시아의 공격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쏜 ‘요격용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6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북대서양이사회(NAC)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예비 분석’ 결과를 설명하면서 폴란드에서 발생한 미사일 폭발이 “러시아 순항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발사된 우크라이나 방공 시스템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이날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번 미사일 폭발이 “우크라이나의 잘못은 아니다”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적인 전쟁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고의적인 공격의 결과라는 어떤 징후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러시아가 나토에 대한 공격적인 군사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기자들과 만나 “궤도를 볼 때 미사일이 러시아 영토에서 발사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사일이 떨어진 직후 현장에서 발견된 파편 등을 근거로 이 미사일이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인 ‘S-300’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로 전날인 15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가장 많은 100여발의 미사일을 쏟아부은 바 있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에너지 기반시설에 또다시 계획적 공격을 가했다”며 “최소 12개 지역에서 15개 에너지 시설이 손상됐고, 700만여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격으로 동북부의 제2도시 하르키우, 폴란드와 가까운 서부 국경도시 르비우, 북부 지토미르, 동부 수미 등 전국 각지에 정전이 발생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앞선 15일 밤 미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오후 3시40분께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도시 프셰보두프로 미사일이 날아와 곡물을 건조하던 지역에 떨어져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 도시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6.4㎞ 떨어져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 사실이 전해진 직후 두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긴급 통화를 하며 향후 대응을 상의했다. 또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에 모인 주요 7개국(G7) 정상들도 각자 일정을 중단하고 긴급회의를 열었다. 만약 러시아가 폴란드를 공격할 의사를 갖고 이 미사일을 쏜 것이라면 나토 헌장 5조에 담긴 ‘집단방위’ 조항에 따라 회원국 전체가 공동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는 지난 9개월 동안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칫하면 나토-러시아의 전쟁으로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사자인 폴란드 정부는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저녁 7시께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고 나토 헌장 4조(상호 협의)에 근거해 미국 등 동맹국들과 협의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폴란드·미국 등은 속단을 자제하면서 “폴란드 영토에 대한 러시아 미사일 공격 혐의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확증할 정보가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바르샤바에서 이날 밤 기자들과 만나 “이번 비극 앞에서 침착을 유지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우리는 영공 감시에 특별히 중점을 두면서 폴란드군의 선별된 부대의 준비태세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15일(현지시각) 폴란드 동부 국경도시인 프셰보두프에 미사일이 떨어진 현장. 트위터 사진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러시아 역시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은 자신들과 관련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 국방부는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이 보도가 “상황을 악화시키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의도적인 도발”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과 가까운 목표물을 겨냥한 (러시아의) 공격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김미향 기자
zone@hani.co.kr
▶▶자유! <한겨레>를 네이버에서도 만날 자유!!
▶▶함께해서 더 따뜻한,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한겨레는 이번 취재에 대통령 전용기를 거부합니다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