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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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13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상당히 적극적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두 정상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식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올해 9월 미국 뉴욕에서 두 정상이 약식회담을 했을 때 일본은 냉랭했다. '회담' 대신 ‘간담(회)’이란 표현을 고집하며 의미를 축소하려 했으나, 2개월 만에 달라진 것이다. 최근 북한의 몰아치는 미사일 도발에 일본 정부가 안보 위협을 느낀 이유가 크다고 일본 언론들은 14일 보도했다.
한동안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한국이 매듭지어야 양국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엔 최근까지 진척이 없다. 이에 일본 외무성은 회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회담의 물꼬를 튼 건 기시다 총리였다. 그는 “북한이 이례적으로 자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으니 한국과의 공조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북한은 9월 25일부터 이달 4일까지 26회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한국·미국·일본의 정보 공유 등 안보 협력 강화가 과거사 문제보다 우선 순위라고 봤다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전언이다. 이달 3일 일본 방위성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하는 등 정보 능력의 허점을 노출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도 회담 성사의 배경으로 꼽혔다. 이달 6일 일본 해상자위대가 개최한 국제관함식에 한국 해군이 7년 만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해상자위대기인 욱일기를 게양하는 관함식 참석을 놓고 한국에선 군의 ‘친일 행보'라는 논란이 일었다. 산케이신문은 “그럼에도 참석을 결정한 윤 대통령의 결단은 진심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라고 전했다.
이달 2일 ‘집권 자민당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재(전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을 만났다. 아소의 방한 역시 한국 정부가 관함식 참가를 발표한 후 결정됐다. 한국 외교소식통은 “아소 부총재가 직접 움직인 것을 보면, 일본 보수파도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서서히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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