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선거제도 개편 목소리
국가적 사안 초당적 협력 안보여
정치 실종에 팬덤정치 기댄 양당
승자독식 선거제도에 사표가 절반
소수 목소리 외면...개선 나설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및 민주당사 압수수색, 이태원 참사 책임규명을 둘러싼 공방 등으로 여야간 대치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이상섭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간의 경험과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 내린 결론은 진영끼리 싸움질만 하는 양당 체제에서는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습니다.”(다선 현역 의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재 정국은 경제와 안전을 위해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 넘친다. 물가와 금리,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는 ‘3고(高) 현상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잇따라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면서 한반도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 국가 애도기간이 끝난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책임 및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이 시급하다.
하지만 여야는 ‘진영 논리’를 앞세운 정쟁에 몰두 중이다. 경제·안보 위기를 놓고 전 정부, 현 정부를 향한 ‘책임 공방’이 뜨겁다. 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여당의 합의 없이 단독으로 추진할 태세다. 야당 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보이콧 등 초유의 대치 국면이 이어지면서 여야간 정쟁이 한계치에 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양당구도의 폐해를 고착화·강화시키는 선거제도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양한 집단·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못하고 ‘보수 아니면 진보’의 편가르기 정치를 강요하는 제도의 혁신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내년 초 22대 총선 선거구획정을 위한 선거법 개정이 이슈가 될 것”이라며 “정쟁이 아닌 ‘정치 회복’을 위해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표 가치 다르고, 의석수 연결 안 되고=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절반 가까이의 주권행사가 ‘의미 없는 일’이다. 21대 총선에서 총 투표수 가운데 사표의 비율은 43.73%다.
각 유권자가 행사하는 1표의 가치도 지역별, 선거구별로 다르다. 21대 총선 광주 북구을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은 10만8229표를 얻어 당선된 반면 울산 동구에서 당시 미래통합당 권명호 의원은 3만3845표만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정당별 지지율이 의석 수로 고스란히 옮겨지지도 않는다.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표의 등가성(비례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21대 총선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은 49.91%의 득표율로 163석을 확보했다. 이는 지역구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할 때의 136석보다 27석이 많은 결과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는 표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난다는 문제점이 크다”며 “결국 표의 결과가 과대 대표되는 거대 양당제를 고착화시키는 제도”라고 말했다.
▶다양한 사회 의제 반영 못하는 선거제도=거대 양당 체제의 폐해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드러난다. 유엔 지속가능해법네트워크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올해 대한민국은 146개 국가 중 59위를 했다. 우리나라 현행 선거제도는 다수대표제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가 각각 별개의 구조인 혼합형(병립형)선거제도로 분류된다.
해당 보고서에서 행복도 순위 1위부터 10위 국가들의 선거제도를 살펴보면 순수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가 1위부터 9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다. 10위인 뉴질랜드의 경우 혼합형(연동형) 비례대표제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금 선거제도는 사실상 다수대표제인 소선구제도인데 이미 정치 실패가 확인되고 있는 제도”라며 “군소 정당이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기후, 환경, 젠더, 기술, 지방 등 사회 다양한 의제들은 거대 양당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제도권에서 논의가 안 된다”고 말했다.
▶22대 총선 선거제도 개편 시동=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정치권 의지는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9일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만찬에서 “승자독식 현행 선거제도도 문제가 많으니까 고쳐야 되지 않겠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28일 전당대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약속한 ‘국민통합 정치교체를 위한 결의안’을 의결했다.
실천이 남았다.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선거구획정위)‘는 현행법상(선거일 13개월 전) 내년 3월 10일까지 22대 총선의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선거구획정안을 확정하려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선거구별 인구 편차, 지역구·비례대표 의원 수 및 연동 여부 등의 법적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선거제도를 개선할 때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논의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 여론상 의석수 자체를 늘리기는 힘들고, 논의 왜곡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연동제보다는 순수 비례대표제를 개선 방향으로 잡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nic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