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8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 정책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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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반대에도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부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강행을 시사하자, 민주당 내 ‘동학 개미’ 당원들이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9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엔 “(경기침체) 시점에 금투세를 도입하는 이유가 뭐냐. 유예가 민생을 챙기는 것”, “금투세가 시행되면 800만 주식인들이 분노할 것” 등 금투세 도입 반대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부동산 실정으로 (대선) 말아먹더니, 총선에선 금투세로 국민의힘을 밀어주기로 한 거냐”, “잘하나 못하나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이건 아니다. 총선 투표를 포기한다” 같은 격한 표현도 다수였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양도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당초 2020년 여야 합의로 통과된 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었는데, 정부가 2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쟁점이 됐다. 정부는 “거시경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과세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 실장)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전날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금투세는) 2년 전 여야 합의로, 심지어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직접 합의해 시행하기로 한 제도”라며 “그 근본 틀을 흔들려는 것은 옳지 않다.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며 “(금투세는) 오히려 금융투자 과정에서 손해 보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상받아 주식 하락 시기에 개미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주 소득법인세정책관, 고광효 세제실장, 추 부총리, 정정훈 조세총괄정책관, 김재신 관세정책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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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석 민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금투세를 유예하는 세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여야 간 소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다툼으로, 세법 개정안을 심사할 조세소위를 아직 구성조차 못 했다. 국회 내에서 “금투세 유예법안이 올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기재위 관계자)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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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개미 반발 “금투세 도입이 오히려 부자 감세”
9일 코스피는 25.37p(1.06%) 오른 2,424.41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1.27p(0.18%) 오른 714.60, 원/달러 환율은 20.1원 내린 1,364.8원으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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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소액투자자들의 반발이다. 앞서 지난달 1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등재된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금투세를 유예해 달라’는 청원은 2주 만에 ‘상임위 회부 요건’인’ 5만명 동의를 채웠다. 이들은 1989년 대만이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한 뒤 한 달 만에 주가가 40% 가까이 급락하며 시행 1년 만에 제도를 철회했던 전례를 들며 반대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큰손 투자자’들이 세금 중과를 피해 국내 주식시장을 빠져나가고, ‘5000만원’ 이상 중과 조치를 피해 양도차익을 실현하려고 매물을 쏟아낼 수 있다”며“그 피해는 동학 개미들 몫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투세 도입이야말로 부자 감세”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오히려 부유층의 주된 금융투자 방편인 사모펀드 수익에 대한 중과 방편이 사라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모펀드 수익은 현재 최대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받아왔는데, 금투세 신설로 분리과세가 이뤄지면 ‘20%~25%’ 남짓 세율로 떨어진다는 논리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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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의 반발이 커지자,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시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병욱 정책위 수석 부의장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금투세 제도는 동학 개미들을 보호하면서도 시세 차익이 클 때는 적절하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정교하게 설계된 제도”라면서도 “그러나 (자금시장 불안이 커진) 이 시기에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은 하고 있다”고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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