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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종합부동산세 폭탄 논란

"집값 떨어졌는데 종부세 대상 더 늘다니"… 조세저항 커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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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주택 가격 상승과 납세 대상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올해 종합부동산세(주택분) 납부 대상자가 1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서울 시내 한 중개업소에 '종부세 세무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충우 기자>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국민이 12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 가운데 주택분에 토지분을 합친 전체 종부세 납세자도 1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7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주택분 종부세 납세 대상자를 120만명으로 잠정 추계했다. 토지분 종부세 납세자 추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통상 대상자가 연간 8만명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종부세 대상자는 130만명 선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종부세 납세자(101만6655명)보다 약 28% 늘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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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납세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주택 투기를 억제한다는 이유로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과 세율을 급격히 올렸기 때문이다. 문 정부가 공시가격을 최대한 시장가격에 맞춘다는 방침을 세우며 공동주택 공시가는 지난해 19% 오른 데 이어 올해 17.22% 뛰었다.

세율도 급격히 올랐다. 종부세율은 2018년 전까지만 해도 1주택자, 다주택자에 상관없이 0.5~2.0%였지만 문 정부 집권기인 2019~2020년 '징벌적 과세' 흐름이 강해지며 최대 6%까지 올랐다. 현재 다주택자(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3주택 이상)는 일반 1주택자 세율(0.6∼3.0%)보다 두 배 높은 1.2∼6.0%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반면 국고로 들어온 세금은 늘었다.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1조7000억원에 그쳤던 종부세수는 지난해 6조1000억원으로 3.6배 늘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 7조원(6조8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하락에 최근 집값이 급락했는데, 이달 말 고지될 종부세는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전인 올 상반기 수준을 기준으로 매겨졌다는 점이다. 집값 추락 속도가 가팔라지자 최근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은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집을 가진 국민들 체감 경기는 영하권인데 고율의 세금까지 내게 된 것이다.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지자 미처 종부세를 내지 못한 국민도 늘어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체납액은 5628억원으로 전년(280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업계에서는 연말 종부세를 둘러싼 조세저항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정부가 올해 종부세에 지난해 공시가격 반영, 공정시장가액비율 완화 등 다양한 부담 완화 조치를 내놨지만 중저가 부동산 보유자들이 체감하는 세 부담 완화 폭은 고가 보유자보다 작다"며 "이들에 초점을 맞춘 추가 완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전 정부가 지난해 종부세율을 최대 두 배 인상하자 급격한 세 부담에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반발하는 납세자가 크게 늘었다"면서 "연말이 오는 게 두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종부세 완화 목줄을 쥔 국회가 세 부담 완화법을 통과시킬지는 미지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며 다주택자 종부세율 인하안 등을 담은 정부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집단 반발에 종부세의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어난 종부세 내역이 지난해 말 고지되자 세금 폭탄에 놀란 납세자들은 올 상반기부터 무더기 행정심판을 조세심판원에 제기했다. 올해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종부세 불복 심판청구는 지난 9월 기준 3843건으로 전년(284건) 대비 14배 급증했다.

종부세가 헌법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로고스는 9월 서울행정법원에 종부세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로고스 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종부세가 국민에게 주는 부담이 다른 세금 항목에 비해 과도하다"며 "종부세를 규정한 법률이 주요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 데다 재산세 등 다른 세금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이 맞지 않아 헌법 정신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재판관은 "종부세 산출 요소인 공정시장가액 비율, 종부세율, 공시가액이 모두 인상돼 주택 소유자가 부담해야 할 종부세가 과도하게 늘어났다"며 "예외 규정도 미흡해 소득 적은 1주택자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을 부담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초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도입됐지만 시행 중에 집값이 급등하며 존재 이유를 잃었다"면서 "종부세를 폐기하고 보유세를 재산세로 일원화거나 양도세를 인하해 종부세를 피하려는 사람들에게 퇴로를 터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정환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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