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6일~6월3일 전 연인에게 반복 전화하거나 메시지 보내
세계일보 자료 |
헤어진 연인에게 하루 10차례까지 전화를 건 남성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에 따라 처벌을 면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 등에 대해서도 법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공소 기각 판단을 내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54)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 3월26일부터 6월3일까지 전 연인 B씨에게 반복해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발신 표시 제한’ 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번호가 상대방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한 상황에서 전화를 걸었고 영상 통화도 시도했다.
특히 A씨는 하루에 4시간 동안 10회에 걸쳐 연속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B씨는 이를 아예 받지 않았다.
법원이 지난 4월 A씨에게 B씨 집에서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말고 휴대전화 등으로 ‘음향이나 부호 등 송신 행위’를 하지 말라는 잠정조치 결정을 내렸으나, A씨는 커피 사진과 함께 ‘사랑차 끓이는 법’이라는 문구나 자신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B씨에게 보냈고 그의 회사 주차장에도 찾아갔다.
재판부는 전화를 계속 걸었어도 상대방이 받지 않아 벨 소리만 울리고 ‘부재중 전화’가 표시됐다면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 행위 정의 조항인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서 상대방 전화기에 울리는 벨 소리는 ‘음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같은 맥락에서 B씨의 휴대전화에 표시된 ‘부재중 전화’ 문구도 어디까지나 휴대전화 자체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할 뿐, A씨가 B씨에게 도달하게 한 ‘부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A씨가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직장에 찾아간 혐의와 과거 A씨가 B씨를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기소 후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공소 기각 판단을 내렸다. 현재 스토킹범죄는 폭행처럼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발생 후 이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를 담은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의 입법 예고를 지난달 알린 바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