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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이태원 참사 '현장 지휘' 용산경찰서장, 당일 동선 · 보고 의혹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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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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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와 관련, 경찰의 부실한 대응과 그 원인이 된 '보고 실패'의 경위를 규명하는 수사의 출발점은 당시 현장을 총괄했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입니다.

경찰청이 특별감찰팀을 구성하자마자 처음 대기발령하고 수사를 의뢰한 대상이 이 전 서장이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특별감사팀은 이 전 서장을 특수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의뢰하면서 "사고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으로서 현장을 총괄할 의무가 있는데도 뒤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하고 보고도 지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수본의 수사는 참사 당일 이 전 서장의 동선과 행적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는 작업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서장은 참사가 난 지난달 29일 현장에 오후 10시17분∼20분 도착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참사가 시작된 지 2∼5분 뒤입니다.

이태원에 도착하기 약 1시간 전까지 이 전 서장은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 파출소 일대에서 집회·시위를 관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토요일이었던 이날은 광화문 쪽에서 삼각지 방면으로 행진하는 집회가 예정돼 있었고, 이 전 서장은 오전부터 대통령실 인근에서 현장 근무를 했습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공동대책위원회와 진보단체 촛불전환행동은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 집회한 후 삼각지역까지 행진했습니다.

이 집회는 오후 8시 30분쯤 마무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가 맞대응 격으로 진행한 촛불 반대 집회까지 정리된 것은 오후 9시쯤으로 이 총경은 그때까지 삼각지역 일대에서 머물렀습니다.

이 전 서장이 삼각지역에서 집회 관리를 지휘하고 있었을 때 이태원에서는 이미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었습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20분까지 모두 8건의 위급한 112 신고가 서울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에 걸려왔습니다.

이런 112신고가 잇따르고 있었던 오후 8시30분쯤 이 전 서장이 집회 근무를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이와 함께 긴급한 112신고에 대해 용산경찰서와 산하 파출소가 부실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전 서장의 지휘 감독 책임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이태원으로 이동한 이 전 서장은 일대 도로·교통 통제 등 현장 지휘를 했다고 합니다.

삼각지역과 참사가 난 이태원역의 거리는 도로로 약 2㎞입니다.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점이 참사 발생 뒤 5분 이내로, 압사 사건이라는 급박한 사고가 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신속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터무니없이 늦었다고도 할 수 없는 시각입니다.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이 늦었다는 게 특별감찰팀의 판단인 만큼 특수본에서는 그의 통신 자료, 용산서와 서울청 상황실 기록, 목격자 진술 등과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통해 그의 정확한 동선과 위치를 재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서장이 실제 도착한 시각이 오후 10시17분이 아니라 더 늦은 11시였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특별감찰팀은 어제(3일) "사실과 다르다. 보도된 내용과 현재까지 감찰팀이 확인한 구체적인 시간대가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지금까지 파악된 이 전 서장의 행적 가운데 가장 의문스러운 점은 직속상관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보고입니다.

이 전 서장은 현장 도착 1시간17분 뒤, 참사 발생 1시간19분 뒤인 오후 11시34분 김 청장에게 처음 보고했습니다.

이 전화를 놓친 김 청장은 2분 뒤 이 전 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참사 발생 사실을 처음 인지합니다.

이때는 이미 이태원에서 수십 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때입니다.

서울경찰청의 공식 보고 체계는 '용산경찰서→서울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이지만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긴급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1시간이 넘게 직접 보고를 지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공교롭게 서울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의 당시 상황관리관도 자리를 비웠고 참사가 난 지 1시간24분 뒤인 오후 11시39분에야 당직자인 상황3팀장에게 연락받고 상황실로 돌아와 김 청장에게 보고했습니다.

이런 지연 보고 경위 역시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보고 실패와 직결되는 만큼 수사로 밝혀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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