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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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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號 한은] 물가·유동성 '고차방정식' 풀어야…폴리시믹스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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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에 유동성 위기까지…고차방정식 풀어야

한은·정부 '폴리시믹스' 어느 때보다 중요해져

정치권 압박 속 독립적인 통화정책 추진 숙제

전문가 "그동안 잘했지만 앞으로 쉽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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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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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저성장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의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가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취임 초기부터 ‘폴리시믹스 강화’를 외치며 공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물가와 수출은 물론 유동성 위기까지 맞으면서 흔들리기도 했다. 취임 200일을 맞은 이 총재로선 한은의 우선 목표인 물가안정을 이뤄내는 한편, 정부와의 협업을 통해 성장과 금융안정까지 달성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4일 금융권과 학계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국의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융합하는 폴리시믹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총재와 추 부총리도 지난 5월16일부터 전날까지 총 8번(조찬간담회 2번,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6번)의 만남을 가지며 한달에 1번 꼴로 공개 정책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추 부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 총재와는 생각이 비슷하다. 갈등이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말하며 신뢰를 보여줬고, 이 총재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같은 입장을 밝히는 등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사실 위기 상황에서 금리를 높여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한은과 성장을 이끌어내야 하는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긴 쉽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이명박 정부가 단적인 예다. 당시 물가가 급등하고 성장세가 둔화하자 한은과 기재부의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졌는데, 기재부 차관이 매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는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면서 한은 노조가 반발한 사례도 있다. 열석발언권은 강제력은 없기 때문에 사실상 금통위원의 금리인하를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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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 회의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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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하면 추 부총리와 이 총재의 관계가 긴밀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금리, 환율 등 상당수 경제 지표가 여전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10월 물가상승률은 5.7%로 전월에 비해 더 확대됐고 경기도 내년에 더 악화될 것으로 보여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이 어느때보다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은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채권시장 유동성 공급에서 나서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 총재로서는 성장 둔화와 가계부채 증가,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 심화 등으로 본격화될 정부와 국회의 압박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추진이 숙제가 될 전망이다. 실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열석발언권 등을 포함, 금융위의 의견을 한은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 시장에선 이를 계기로 정치권의 한은 압박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일 동안 이 총재가 시장과의 소통이나 정부 협업 등의 측면에서 비교적 업무를 잘 수행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던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서 한은으로서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과거에는 중앙은행은 물가만 안정시키면 됐지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물가뿐 아니라 실물 경제도 살펴야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에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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