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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경기 무너진다”vs“물가 여전히 높다” 이견 커진 금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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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12일 17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관하고 있는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제공=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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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금통위 의사록’ 공개
‘물가안정’ 기류속 커지는 속도조절 목소리
美FOMC 이후 마지막 금통위 향방주목


한국은행이 사상 두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던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 폭을 두고 금통위원들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2명의 금통위원들이 과도한 기준금리 인상이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0.25%포인트 인상을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다. 오는 1~2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관건인 가운데 이달 2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1일 한은이 공개한 지난달 12일 열린 2022년도 제17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들은 향후 국내 물가와 성장세, 원화값 변동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는 이 총재를 비롯해 조윤제·서영경·이승헌·박기영 위원의 동의해 다수결로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주상용·신성환 위원은 0.25%포인트 인상 견해를 내놨다.

다수 위원들이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기조 방침을 유지한 가운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을 지닌 위원들의 속도조절 주장이 더욱 강화된 것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둔화 움직임과 국내 수출·내수 부진이 우려되는만큼 경기 위축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위원은 “내수회복을 이끌어온 민간소비도 고물가·고금리의 지속 및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증가세를 계속 이어가기 힘들다”며 “금리 인상이 국내경기 하강을 가속화하고 금융불안정을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위원은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점진적인 대응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B위원은 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경기 둔화에 영향을 크게 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최근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중후반 국내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금리인상이 물가안정과 자본유출 방지라는 통화긴축 목적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B위원은 “과도한 금리인상은 단기적으로 물가안정에 주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대내외 금리차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다수위원들은 물가가 과도하게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C위원은 “그간 원달러 환율 상승과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등의 영향을 감안할때 향후 1년간 물가의 상방리스크는 더욱 커졌다”며 “물가갭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성장갭은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라 물가억제에 방점을 둔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지난 6~7월 두달연속 6%대를 기록해 1998년 외환위기 시절을 소환했다. 이후 8월과 9월 각각 5.7%, 5.6%로 상승세는 꺾였지만 여전히 5%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D위원 역시 “물가상승 수준이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2%를 크게 상회하고 고물가의 확산과 지속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미국과 내외금리차 확대가 원화약세 기대쏠림과 자본유출 심화 등 외환부문 불안정뿐만 아니라 추가적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봤다.

또 국내 경기가 긴축기조를 감내할 수 있다는 진단도 언급됐다. E위원은 “의도치 않은 과도한 경기 하락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우리 경제가 현재의 금리수준과 향후 당분간 이어질 수 있는 금리인상 기조를 감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가와 환율 안정을 통해 원화가치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매파(통화긴축 선화)적 발언도 나왔다. F위원은 “대내외 불균형이 확대되면서 물가불안과 환율불안이 동시에 발생하고 이에따라 금융안정도 위협받고 있어 무엇보다도 대내외 통화가치의 안정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며 “중립범위의 기준금리 수준으로는 물가상승압력을 낮추기 어렵다”며 “적절한 규모의 금리인상을 통해 강력한 물가안정 의지와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거래일 기준 1424.3원에 거래중이다. 환율은 지난달 28일 이후 3거래일 연속 1420원대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전세계가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근자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나온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과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어 고공행진하며 긴축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이 높아진 상태다. 이가운데 오는 27일 예정된 금통위의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비둘기파 의견이 늘어날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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