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아사히 "韓정부, 日기업에 '배상액과 같은 금액 기부' 요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에 배상액과 같은 금액을 '기부' 등의 형식으로 재단에 기탁하는 방안을 요청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중앙일보

조현동 외교부 1차관(왼쪽)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5일 도쿄 제국(데이코쿠) 호텔에서 열린 한일 외교차관 회담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사히는 복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는 애초 정부가 (일본 기업의) 배상을 대신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여론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란 우려로 인해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부금을 모아 배상을 대신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굳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재단을 통한 배상' 방식을 취할 경우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선 현재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제철과 미쓰미시중공업에도 일정한 부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일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이어 한국 정부가 "두 회사가 배상액과 같은 금액을 '기부' 등의 명목으로 거출하는 안을 물밑에서 (일본 측에) 타진했다"고 전했다.

한·일 외교당국은 최근 수개월에 걸친 논의를 통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 별도 기구를 통한 우회 변제가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 위한 현실적 해결 방안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판결 이행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제3 기관을 통한 배상밖에 길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배상금 지급을 위한 기금 출연 주체와 방식 등에 대해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피해자 설득을 위해서는 소송 당사자였던 일본 기업들의 기금 참여 및 사과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들이 기금에 참여할 경우 사실상의 판결 이행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교부, "일본 기업에 기부 요청한 적 없어"



전날 열린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회담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회담에 동석한 외교부 당국자는 "어느 한 방안을 놓고 집약해서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단지 "민관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들과 피해자들의 입장을 일본에 충실히 전달했다"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들에 '기부' 여부를 타진했다는 아사히신문 보도에 대해서도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아직 재단을 통한 배상이라는 원칙도 정해지지 않았으며 다양한 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사히는 또 "한국 윤석열 정권이 낮은 지지율에도 한·일 관계 개선에 의욕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평가하며 "조속히 문제 해결 방안을 결정해 11월로 예정된 아세안 정상회의 등 일련의 국제회의에서 첫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달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정식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그 전에 해결 방안의 틀을 만들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인 기시다 정권으로선 한국의 요청에 따라 일본 기업의 기금 참여 등을 결정하면 자민당 내 보수파들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아사히는 "당내 기반이 약한 기시다 총리에게 어려운 판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