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월북' 결론 내려 감청 보고서 삭제 혐의
감사원, 박지원 등 5개 기관 20명 수사 요청
서훈 등 청와대 고위급 '윗선' 수사 속도 낼 듯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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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장관급 인사 조사는 처음이다. 감사원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5개 기관에서 관련자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인사들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1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 혐의로 서 전 장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유족은 올해 7월 서 전 장관과 이영철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이대준씨 피격 직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의 일부 기밀 정보 삭제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씨가 표류한 게 아니라 자진 월북했다는 결론이 나도록, 서 전 장관이 감청 정보가 담긴 군사 기밀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서 전 장관이 밈스 총책임자인 이 전 본부장에게 감청 보고서를 선별 삭제하도록 지시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서 전 장관은 "민감하고 불확실한 첩보가 무분별하게 전파되면 혼란을 야기해 꼭 필요한 부서만 보는 게 맞다는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 당국도 "정보 원본은 삭제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삭제 지시가 청와대 지침에 따른 것인지, 자진 월북 결론에 조작·은폐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특히 서 전 장관이 삭제를 지시한 시점은 이씨 사망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0시 이후로, 같은 날 오전 1시와 오전 10시 두 차례 청와대 긴급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검찰은 회의 직후 삭제 지시가 내려졌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장관은 당시 장관 취임 5일째에 회의에 참석했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서 전 장관 외에도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모였다. 검찰은 신임 장관의 독자적 판단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서 전 장관을 상대로 삭제 지시 경위와 청와대 관여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서 전 장관 조사를 마치면, 당시 회의에 참석한 다른 인사들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앞서 청와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왔다.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해경의 표류예측시스템 결과와 비교 분석하기 위해 연평도 해역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현장검증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이씨의 친형인 이래진씨를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앞서 이씨 유족 측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첩보 삭제를 공모한 의혹 등으로 노영민 전 실장과 이인영 전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추가 고발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감사원 서면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원장을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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