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닌 중동 중심 가격 결정”
겨울철 유럽 경유 사용 늘고 설비 정비까지
공급 부족에 가격 오를 듯…“2주 후 국내 영향”
지난 6월19일 서울 동작구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기름을 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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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펙(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을 포함한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가 오는 11월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200만배럴씩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이후 국제 유가가 다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겨울철이 다가오며 연료용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과 맞물리며 유가가 더욱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10월 중하순부터는 국내 기름값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한국석유공사 누리집을 보면, 오펙플러스가 감산 결정을 한 다음 날인 7일 서부텍사스유 가격(WTI)은 전날보다 4.19% 오른 배럴당 92.64달러에 마감됐다. 같은 날 한국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 가격은 전날보다 1.05% 오른 94.36달러로 마감됐다. 전 주와 비교하면,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13.15%, 두바이유도 4.85% 올랐다.
앞서 지난 6일 오펙플러스는 ‘국제 경제 상황 불확실성’을 이유로 1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10월보다 200만배럴씩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난 여파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안정화하던 국제 유가가 반등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입김에 좌우되던 원유 가격 결정 주도권이 다시 중동 산유국 쪽으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유국들은 자신들이 국제 원유 가격을 결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국제 유가를 통제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이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감산 결정을 해왔다. 1973년 1차 석유파동 때도, 미국이 셰일가스를 발견한 뒤 석유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던 2014년에도 산유국들은 감산을 결정했다. 농협투자증권은 “유가를 결정하는 핵심 축이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중동으로 이동했다”며 “미국의 유가 결정력이 강했던 과거에는 셰일오일 생산자들과 미국 소비자들이 모두 만족하는 배럴당 45~65달러가 최적 구간이었다면, 중동이 유가 결정력을 되찾은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 재정수지가 최소 균형이 되는 두바이유 기준 80달러가 장기 유가의 저점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배경 탓에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골드만삭스는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95달러까지 상승하고, 6개월 내에 평균 1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상승 이유로는 “유럽연합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등 추가 제재에 합의했고, 천연가스 대신 원유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꼽았다. 특히 유럽이 산업·발전용 연료로 경유를 소비하는 점을 들어 “경유값이 꾸준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증권은 “독일 베를린 최저기온이 이번 주 5도까지 떨어졌고, 유럽 원유 정제 설비의 정기보수 돌입 등으로 경유 공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또 프랑스 토탈과 엑손모빌 등 정유공장 노동자들이 파업 중”이라며 “수요 대비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펙플러스 감산 결정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여파는 2주 뒤 우리나라 소비자와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유·휘발유 가격이 다시 상승하며 “오늘이 가장 싸니 서둘러 기름통을 채우라”는 말이 다시 도는 상황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천원을 훌쩍 넘었던 휘발유·경유 가격은 지금은 각각 1600원·1800원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조상범 실장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펙플러스의 감산 폭을 하루 100만배럴 정도로 예상했는데, 2배 많은 200만배럴로 결정됐다. 국내 유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달 중하순분터 국내 기름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추세에 따른 수요 위축 정도에 따라 기름값 상승 폭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9일 기준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 가격이 전 주 대비 5.79% 상승했다. 국제 원유 가격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이 높아지면서 이미 오래 전부터 석유화학 업계에선 ‘생산할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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