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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화마 지나고 가을…생계 걱정에 속 타는 울진 송이 농가[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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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산불에 ‘송이산’ 사라져

최소 30년 지나야 채취 가능

정부, 대체 임산물 복령 선정

농가 “기술 습득만 3년 걸려”

경향신문

지난 3월 화마가 덮친 경북 울진군 북면 검성리에서 이운영씨가 6일 죽은 소나무 사이로 자라난 아카시아를 바라보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 3월8일 경북 울진군 북면 검성리에서 한 주민이 송이 포자를 손으로 만져보고 있다. 김현수·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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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나이 팔십에 무슨 계획이 있겠어. 송이로 먹고살았는데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지 뭐.”

산불 화마가 덮친 경북 울진군 북면 검성리에서 6일 만난 장순규씨(81). 그는 죽어버린 소나무 사이로 자라난 아카시아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장씨는 지난 3월 울진·삼척 산불로 ‘송이산’을 잃었다. 화마는 서울 면적(6만500㏊)의 30%가 넘는 2만923㏊(울진 1만8463㏊·삼척 2460㏊)를 태우고 진화됐다. 화마가 물러가기까지는 213시간43분이 걸렸다.

장씨는 해마다 송이버섯이 잘 자라도록 아카시아와 잡풀을 베어내는 등 버섯밭을 공들여 가꿨다. 매년 9~10월 송이버섯 400㎏ 정도를 따 울진군산림조합에 판매하고 5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송이산은 세 자녀를 키워줬고, 아내와 함께할 노후를 책임져줄 고마운 산이었다. 하지만 이젠 생기를 잃어버렸다. 그는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내후년이 더 걱정”이라며 “나는 자식이라도 다 키웠지, 이제 (자녀를) 대학 보내야 하는 이웃들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이날 산에서 만난 이운영씨(49)도 장씨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송이밭을 가꿔온 그는 다 타버린 송이밭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이씨는 “강원 동해안 산불이 난 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 지역 산에는 송이가 자라지 않는다”며 “최소 30년은 지나야 송이 채취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산불은 임산물 채취로 생계를 이어온 주민들에게는 ‘날벼락’이었다. 울진군은 경북 영덕군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송이 주산지다. 울진 주민의 20%가량인 1만여명이 송이 채취로 생계를 이어왔다.

1만여명의 삶의 터전이 불에 타버렸지만 송이는 자연임산물로 분류돼 피해 보상도 받지 못한다. 그나마 올해는 ‘울진 산불 재해구호 성금’으로 465개 농가가 84억9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울진군 관계자는 “성금을 활용해 농가별로 송이버섯 채취량을 기준으로 1.5년치를 지급했다”며 “문제는 당장 내년부터 수입이 없어져 생계가 막막해지는 농가가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울진 송이 생산량이 급감하고 강수량 등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작황이 부진하면서 송이값이 폭등했다. 산림조합중앙회는 지난해 10월1일 기준 9575㎏이던 울진 송이 공판량이 올해 같은 시기 2608㎏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1등품 송이 1㎏ 단가는 강원 양양이 142만3800원, 경북 봉화 82만1000원, 영덕 81만원 등 지난해와 비교해 약 30만원이 올랐다.

정부는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송이농가를 위한 대책으로 건강기능성 식품이나 화장품 원료 등으로 사용되는 ‘복령’을 대체 임산물로 선정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달 21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대에 산불 피해목을 이용한 ‘복령’ 재배시험 연구지를 구축했다. 산불 피해 국유림 0.3㏊에 불에 탄 소나무 150그루를 활용했다. 오는 2024년까지 복령 형성과 생산량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송이버섯에서 복령 등 대체 임산물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송이농가 대부분이 고령자로 대체 임산물 재배 기술 등을 습득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운영씨는 “임산물 재배 기술 습득에만 3년은 걸릴 텐데 그동안의 생계는 어떻게 꾸려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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