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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필동정담] 中 불문율 칠상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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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의 정치 불문율 중 하나는 '칠상팔하(七上八下)'다. '만 나이가 67세면 유임되고, 68세면 퇴진한다'는 뜻으로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의 연령 제한 룰이다. 칠상팔하는 2002년 제16차 당대회 때 장쩌민 주석이 정적인 당시 68세 리루이환 상무위원의 연임을 막으려고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규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숨어 있는 규칙이라고 해서 '잠규칙'이라고 부른다. 이 규칙은 공산당 지도부의 질서정연한 권력 교체를 이루고 젊은 피를 수혈해 지나친 고령화를 막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53년 6월 15일생으로 올해 만 69세. 이 원칙대로라면 은퇴해야 한다. 하지만 이달 16일 열릴 중국 제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칠상팔하 원칙이 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2018년 헌법을 수정해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등 일찌감치 독주 기반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현재 상무위원 7명 중 칠상팔하 원칙에 걸리는 대상은 시 주석 외에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72), 한정 부총리(68) 등 2명이 더 있다. 이들의 퇴임은 확실시된다. 리커창 총리는 67세여서 유임이 가능하지만 총리 3연임 제한 규정은 그대로 살아 있어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상무위원 중심의 중국 '집단지도체제'는 절대권력 마오쩌둥 집권 때 벌어진 문화대혁명에 대한 뼈아픈 반성에서 비롯됐고, 지금까지 중국을 지탱해왔다. 하지만 시 주석이 홀로 칠상팔하 원칙을 깨고 통치 시스템을 사실상 1인 체제로 회귀시키려 하면서 집단지도체제 붕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번 당대회를 두고 '황제 대관식'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미·중 패권전쟁 와중에 절대권력을 거머쥔 시 주석이 노골적으로 근육을 드러낼 경우 한국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시진핑 장기집권시대를 맞아 중국에 대한 대응 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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