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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인터뷰] 윤창현 “비대한 코인 거래소, 손 못 대면 제2의 루나 사태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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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거래소뿐 아니라 증권금융, 증권전산, 예탁결제원, 신용평가사 등 6개 이상의 역할을 혼자 다 하는 매우 기형적이고 비대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앞으로 이 같은 기이한 거래소 구조를 바꾸지 않을 경우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투자 사고가 언제든 재발할 위험이 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기능을 분리해 별도의 법인으로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래소가 고객 자산의 예탁까지 맡게 되니 국내 1위 업체인 업비트는 삽시간에 재벌이 돼 버렸다”며 “단계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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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2022.09.27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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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정치권을 대표하는 ‘가상자산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로 일하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자산을 비롯한 금융·경제 정책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윤 의원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고 관리·감독·진흥 등 정책 전반의 내용을 담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윤곽이 11월 중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인 선진국들과 계속 소통하며 법안을 만들고 있다”며 “10월 말 국정감사가 끝난 후 금융 당국 등과 협의를 거쳐 11월 안에 기본법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조원대의 투자자 피해를 촉발한 스테이블 코인(1코인을 1달러의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질서에 도전하는 너무 무모하고 이상적인 시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며 “이번 국감에서 거래소 측에 상장 과정과 투자자 보호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물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윤 의원은 다만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정책이 규제나 감독에 치우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감독원 같은 기존 감독 기구가 나서면 가상자산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별도의 감독·관리 기구가 육성까지 힘써야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등 여러 유망한 시장이 건전하게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현재 가상자산 업계에 적용될 규제 도입을 위해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 규제법(MiCA),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준비 중인 입장에서 우리가 벤치마킹하거나 대입해 볼만한 국가나 사례가 있나.

“현 상황에선 미국과 유럽의 제도 모두 그대로 가져다 쓰기는 어렵다. 일단 유럽은 역사적으로 시장의 진흥보다는 감독과 규제를 잘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제도를 바로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미국의 경우 가상자산을 SEC와 CFTC가 나눠서 감독하는데, 이 제도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금융감독원이 감독을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지금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 가장 무섭고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곳이 금감원인데, 기본적으로 자본시장법이라는 아주 무시무시한 법을 근거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가상자산 시장에 자본시장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불법적인 요소가 어마어마할 정도로 많이 발견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상자산 쪽은 별도의 관리·감독 기구가 신설돼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금감원이 가상자산을 맡는 것은 적합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2500명 정도인데 이들이 나서서 “꼼짝 마라”하고 때려잡듯이 나오면 가상자산 시장에서 뭔가를 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이 금감원을 좀 많이 무서워하더라.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규제를 했을 때 과연 가상자산 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금감원이 가상자산 시장을 담당할 경우 진흥이나 육성은 거의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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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2022.09.27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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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중인 ‘K형 관리·감독 기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쉽게 말해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감독과 규제 기능도 해야겠지만, 가상자산이 가진 독특한 특수성과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진흥과 육성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가상자산을 단순히 금융의 한 영역이라고 규정하면 참 편한데, 그러면 결국 현행 자본시장법을 상당 부분 적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가상자산은 거의 살아남기 어려워진다. 일본의 경우 코인이 현재 13개 정도만 남은 상태인데, 우리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지금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NFT처럼 여러 새로운 상품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혁신이 위축되지 않도록 육성과 진흥을 꾀하는데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되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현재 구상에 대해 야당의 입장은 어떤가. 연내 도입은 가능할까.

“야당에서도 기본법에 대해 그렇게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 사실 지난 2년여간 가상자산 쪽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인물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인데, 그가 최근 국토교통위원회로 자리를 옮기면서 야당에서 관심이 좀 덜한 느낌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연내 통과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법안 자체는 곧 완성이 될 예정이다. 국감이 끝나고 행정부와 협조를 해서 11월 말 정도에 나오게 될 것이다. 조금 낙관적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4일부터 국감이 시작된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와 이정훈 빗썸 전 의장 등 가상자산 거래소의 핵심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할 예정이다. 이들에게 어떤 점을 중점 질의할 계획인가.

“당연히 많은 투자 피해를 불러온 테라·루나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테라와 루나에 대해 어떤 거래소는 반대하거나 비판을 했지만, 업비트 등 일부 거래소는 이 코인들을 아주 좋게, 훌륭한 혁신 사례 중 하나로 보고 상장을 시켜줬다.

테라와 루나 같은 스테이블 코인은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테라를 1달러와 동일하게 유지를 하고, 루나를 이용해 코인의 가치를 코인으로 유지한다는 발상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무모한 발상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달러화를 발행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이 스테이블 코인은 기축통화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고, 마치 온라인 상에서 위조지폐를 찍어내는 것처럼 매우 위험한 시도라 여겼을 것이다. 더구나 테라를 구매해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하면 연 19%의 이자도 주겠다고 했는데, 이게 된다면 누가 달러를 쓰겠는가.

국감에서 테라·루나를 상장시킨 과정과 앞으로 사기성 코인과 거래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 지 등을 물어볼 예정이다.”

테라·루나 사태에서 많은 피해자가 나온 배경에는 국내 거래소 체계의 지나친 독과점 구조가 원인이었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특히 국내 거래소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업비트가 상장시킨 코인이라 사람들이 의심 없이 투자에 나서 결국 큰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지적이다. 업비트는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를 통해 투자금이 예치되는데, 코인을 사고 남은 돈은 업비트에 부채로 잡히게 된다. 자본에 부채를 더한 게 자산이기 때문에 코인 투자가 늘면서 업비트의 자산은 10조원을 넘어섰고 그렇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쉽게 말해 대기업 재벌이 됐다.

증권사들은 이런 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가령 내가 증권사에 1000만원을 맡기고 500만원어치 주식을 사면 500만원은 증권금융으로 가서 운용되고, 주식은 예탁원으로 가서 보관된다. 그래서 설령 증권사가 망하더라도 투자금과 주식은 깨끗하게 남아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놨다.

왜 이런 식으로 증권업은 각각의 기능을 회사별로 나눴을까. 그건 증권 시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이권이 있고, 많은 조작과 사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기능을 분산시키고 권한을 이양해서 사건·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수백년 동안 자생적 질서가 마련되고 진화한 결과다.

그러나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법 체계가 미비하다 보니,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증권으로 따지면 거래소와 증권사, 증권금융, 예탁원, 여기에 증권 전산과 신용평가사까지 6개의 기능을 다 하게 됐다. 그 결과 고객이 맡긴 돈이 부채로 잡혀서 거래소 자산으로 인정되고 업비트는 재벌이 돼버린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일이 일어나게 된 거다.

증권의 경우처럼 각 기능을 분리해 현재 구조를 해체하지 못하면 다양한 방식의 사기와 조작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조선비즈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 당정 간담회'에서 이석우 업비트 대표, 허백영 빗썸 대표, 강명구 코인원 부대표, 오세진 코빗 대표, 이준행 고팍스 대표 등 참석자들이 성일종 정책위의장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5.2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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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가상자산 거래소 기능은 어떻게 분산해야 할까.

“지금의 시스템을 무조건 부인해 버리고 하루아침에 다 엎어버릴 수는 없다. 가장 바람직한 건 현 상황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서서히 하나씩 새로운 질서를 부여해 바꿔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인의 보관도 증권 예탁원 기능을 하는 기구를 신설해 이쪽으로 옮길 수 있고, 가상자산 전문 신용평가사도 만들어 제대로 된 평가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기존 거래소에서 했던 기능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새로운 법인을 출범시키고, 각 주체가 서로 견제를 하도록 하면 매끄러운 방식으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기 시작할 것이다. 매우 어려운 과제인 만큼 시간을 두고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가상자산 외에 다른 여러 금융 분야에서도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보험 쪽에서는 최근 실손의료비 청구 간소화가 해 묵은 숙제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병원 진료를 받고 자동으로 전산 청구가 되니 참 편한데, 의사협회의 반발로 오랜 기간 도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 가서 종이로 된 진단서를 받고 이걸 또 사진으로 찍거나 우편으로 보험사에 보내고 이거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진료받은 기록은 급여와 비급여로 나뉘고 전산화가 도입되면 데이터가 일종의 ‘고속도로’를 타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가는데, 의사들은 비급여가 심평원으로 가는 게 싫은 거다. 의사들 입장에서는 비급여 항목이 수익원이고 이걸 자유롭게 책정하고 싶은데, 심평원이 데이터를 쌓아놓고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심평원이 데이터를 축적하지도, 분석하지도 못하도록 법으로 확실히 못을 박아야 한다. 쉽게 말해 데이터 고속도로만 깔아 놓고 어떤 차가 지나갔는지 등에 대한 정보 수집이나 분석을 절대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의사들이 이 아이디어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심평원에 대한 불신은 강한 상태다. 따라서 고속도로를 제공하는 쪽을 심평원이 아니라 보험개발원이나 핀테크 업체 등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의사들에게만 마냥 비난을 가해선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말해두고 싶다. 비급여 항목에서 어느 정도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동네 개인병원들이 존재하고 우리 국민이 쉽게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비급여 부문에서의 수익원이 막힐 경우 결국 작은 병원들은 살아남기 어렵고 미국이나 유럽처럼 소수의 대형 병원들이 독점하는 쪽으로 재편될 것이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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