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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외교와 윤석열 외교, 비핵화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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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로 한반도 핵 위협이 높아지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꺼내들었다. 북한의 핵을 미국의 핵으로 막겠다는 '핵에는 핵' 전술이다.

북한 핵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군사 안보적 조치가 필요한 측면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핵을 핵으로 막는다는 것이 실현 가능한지, 이것이 북핵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는 또한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기 본격화됐던 이른바 '햇볕정책'에 기반을 두고 북한과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지금의 북한은 '핵'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투발 수단도 상당수 갖췄다는 점에서 당시와 분명한 차이가 있으나, 핵 문제 역시 핵이 아닌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김대중학술원을 설립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과 유산을 연구하는 활동을 시작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 백학순 전 세종연구소장을 만나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한반도 위기 상황의 해결 방안을 모색해봤다.

백 전 소장은 북한에 대한 압력과 제재만큼 대화와 협상이 중요하다며, 핵 전쟁위협이 커질수록 더욱 진정성 있게 협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전 소장은 "역사를 보면, 핵보유국들 간에 관계가 좋을 때는 상호 간에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하는 이유"라며 "대화와 협상의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가 우리 행동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에서 핵 전쟁위협을 감소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의사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우리의 뜻에 반하여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핵 전쟁위협의 상황, 우리 자신들과 후손의 생존과 발전이 걸려있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북미양국에 대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백 전 소장은 향후 해결책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반드시 비핵화가 필요하다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2005년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해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이라는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에 대해 균형전략을 회복해야 한다며 "한미 안보협력과 한중 통상협력은 상호 대체적인 것이 아니고 상호 보완적이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도 '안보'와 '경제'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김대중도서관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프레시안

▲ 백학순 전 세종연구소장 ⓒ프레시안(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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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미중 간 갈등과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 이에 따른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상당히 불안해졌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했고 국제정세에 상당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금 이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해질 정도로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너무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이런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과 유산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김대중학술원을 창립한다고 하는데, 학술원을 세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백학순 : 어떤 인물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네 가지 분야가 손잡고 협력해 나가야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그것은 연구, 교육, 회의, 전시다. 여기서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것은 연구다. 연구가 제대로 이뤄져야 그 바탕 위에서 교육, 회의, 전시 등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업과 유산을 계승‧발전시키는 단체들이 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국내 및 국제 학술회의를 담당하고 있고, 김대중도서관은 김대중 관련 자료수집‧분석을 하고 있는데 <김대중 전집> 30권을 발간했고, 또 1~2층에서 상설 전시를 하고 있다. 목포에 있는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역시 상설 전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까지 김대중 대통령의 기념사업은 회의와 전시 분야에만 틀이 갖춰져 있었다. 김대중도서관이 연구도 했지만, 주된 업무는 자료수집‧분석이었고, 김대중평화센터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도 있으나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것이 그간의 사정이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과 사상, 정치, 정책, 리더십 등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하면서 '김대중학'을 정립하는 목표를 가진 학술 연구기관과 김대중 정신과 정책, 리더십 등 업적, 유산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교육기관의 설립이 필요했다. 이러한 필요성에 부응하여 이번에 김대중학술원(The Academy of Kim Dae-jung Studies)를 창립하고 개원하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15일에는 6.15남북공동선언 기념일에 맞춰 김대중정치학교(The Kim Dae-jung School of Politics)를 개교하여 현재 교육 중이다.

2024년 1월 6일이 김대중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일이다. 100주년 기념은 그 자체로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후손들에게 '김대중 정신'을 이야기하고 이어나가는 동력이 생기는 주요한 계기다. 탄신 100주년을 앞두고 연구‧교육‧회의‧전시가 틀을 갖췄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본다.

그간 우리나라에 많은 정치 지도자가 있었지만,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정립하여 사상가 반열에 오른 정치인은 김대중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할 것이다. 대중 대통령이 특별한 것은 본인의 확립된 철학과 사상을 바탕으로 모든 분야의 정책을 마련하고 현실세계에서 그것을 실천해냈다는 점이다.

김대중 대통령 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의 어록이 있다. 하나는 "정치인(지도자)이 되려는 사람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철학과 사상에 바탕을 둔 '서생적 문제의식'과 현실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능력인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고 공동체의 주요 문제들을 해결해 낸, 공공선을 확보한 정치지도자였다.

그리고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연결하는 메커니즘과 방법론은 '행동하는 양심'이었고, 그 기본정신은 실사구시, 경천애인(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함), 사인여천(사람을 하늘처럼 공경함) 등이었다.

또 하나 김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했던 말은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는 것이었다. 그의 자서전 마지막 문장은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인데,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는 것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역사'는 동서고금을 통해 인류가 축적한 지혜와 그것의 현실문제 해결(공공선 확보)에 대한 정책적 함의('서생적 문제의식')의 원천이며, '국민'은 민주정치에서 주권의 담지자인 시민들, 그들의 고통을 해결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정치지도자가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고 소통하고 존중해야 할 공동체의 터, 기반인 것이다.

김 대통령은 항상 '역사'와 '국민'을 함께 강조했고, 결코 그 순서를 바꾸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역사'의 지혜에 대한 믿음('서생적 문제의식')이 선차적으로 확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지혜에 반하는 길을 택하지 않고 공동체의 터인 '국민'의 고통을 해결해 가면서('상인적 현실감각') '국민'을 믿고 의지하면서 고난의 현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과 사상, 그리고 그것의 실천을 학문적으로,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고, 앞으로 또 수많은 학자,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지난한 일이지만, 일단 김대중학술원을 창립해서 그러한 작업을 시작할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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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학술원 창립회의. ⓒ김대중학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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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학술원에 앤서니 기든스, 브루스 커밍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등 해외 석학들도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함께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백학순 :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이지만, 이미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평생의 노력과 업적으로 세계의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김 대통령은 한국, 한반도에만 가두어 놓을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해외에서 고문과 연구위원회 멤버로 모신 분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과 사상, 정책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자기 분야에서 업적을 낸 이미 저명한 분들로서, 아시아, 미국, 유럽, 인도, 호주 등 전 세계에 걸쳐져 있다.

<제3의길>을 저술한 세계적인 학자인 앤서니 기든스는, 김대중 대통령이 1993년 케임브리지대에 체류하면서 연구하고 있었을 때, 김대중 대통령과 긴밀히 교류했다. 김 대통령은 당시 케임브리지대에서 앤서니 기든스, 존 던 교수, 스티븐 호킹 등과 가까이 지냈는데, 김 대통령과 기든스는 민주주의와 정치, 철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례로,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주의가 인간 사이의 인권이나 평화, 생명, 화해, 용서뿐만 아니라 자연의 생명권, 자연과 인간의 평화공존으로 확장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민주주의'로 이름 붙이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기든스는 '코스모폴리탄 민주주의'라고 부르면 좋겠다고 했다.

부르스 커밍스와 와다 하루키의 경우, 김대중 납치사건, 박정희 유신과 탄압, 1980년 5월 이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사형선고 등 생사가 걸린 어려운 투쟁 시대에 미국과 일본에서 학자로서 김대중 지지와 구명 활동 등 헌신적인 도움을 주신 분들이고, 그 분들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깊은 존경과 인연이 깊으신 분들이다.

프레시안 : 학술원의 향후 활동 계획은?

백학순 : 우선 두 가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하나는 김대중 연구서를 1년에 3~4권 정도 출간할 예정이다. 그중에 한 권은 영어로 출간하려고 한다.

또 학자들을 대상으로 '김대중 학술상'을 제정해 운영하고,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김대중 논문상' 등을 수여하는 등 학술적 부문에서 '김대중학'을 정립해 나갈 계획이다.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 확장억제로 대응?

프레시안 : 9월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는 없다'고 발표하고 이후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법령화를 완료했다. 이에 사실상 비핵화는 끝났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김대중 대통령이 강조했던 햇볕정책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백학순 : 김대중 대통령은 '반드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2005년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한미양국은 북한과 평화공존하고 북한은 비핵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반도는 2013년 봄과 2017년 하반기에 두 번의 심각한 핵전쟁 위협을 겪었고, 또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함에 따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결정적으로 어려워졌다.

주지하다시피, 2018년 4월 판문점선언과 6월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으로 한반도 평화대전환이 시작되었지만, 싱가포르 공동성명 직후부터 미국의 군사·안보 및 외교 분야의 기득권들이 싱가포르 합의의 '뒤집기'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반북 강경파들의 주장에 따라 하노이 오기 전에 미리 '회담장 걸어나가기'를 결정하고 회담에 참석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각본에 따라 자신의 국내정치적 이익을 위한 '미디어 쇼'로서 '회담장 걸어나가기'를 실행함으로써 회담을 파탄시켰고, 이후 북미관계, 남북관계는 깊은 불신의 늪에 빠져 이제는 상대방에 대해 희망을 버린 시대, 신뢰와 환상이 깨진 그런 시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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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학순 전 세종연구소장. ⓒ프레시안(이재호)


그동안 북한의 정책을 보건대,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미국과 남한을 믿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는 하노이에서 신뢰가 깨졌고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누가, 어느 당이 정권을 잡든지 간에 미국의 대북정책의 본질, 즉 북한의 고립 압살, 선 무장해제, 제도전복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남한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시기 미국에 대해 좀 더 자주성을 갖고 판문점선언 등 각종 합의를 이행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그 요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한 데 대해 실망하고, 남한은 진보든 보수든 '미국으로부터 자주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대'라는 식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나 남한과 상대해봤자 평화공존을 이뤄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를 보존하겠다는 생각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높여가면서 이제 '비핵화를 하지 않겠고, 필요시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더 이상 외교적 해결책은 어려운 것인가? 미국과 한국도 북한에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억제에 좀 더 집중하는 것 같다.

백학순 : 우리가 북한에 대해 그동안 써왔던 방법은 '대화와 협상'과 '압력과 제재'인데, 이제 대화와 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압력과 제재 중에서도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냉전 대결로 인해 유엔안보리 제재는 물 건너갔다.

남은 것은 군사·안보 분야에서 한미연합훈련 재개와 미국의 전략자산의 전개를 통한 '확장억제'(미국이 남한에게 대북 핵우산 제공)의 강화이다. 그런데 '억제전략'은 기본적으로 '선제 공격'이 포함되어 있다.

2013년 봄 한미연합훈련에서 미국의 대북 핵전쟁 위협이 공개적으로 이뤄진 이후, 북미양국은 공개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핵 예방타격(핵 선제공격)을 반복적으로 천명했고, 2017년 한반기에 또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겪은 후 트럼프는 '핵 선제불사용 원칙'(no-first-use principle)을 폐기했다.

최근 5월 윤석열-바이든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1년 전인 2021년 5월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달리, '대북 핵무기 사용'을 명시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하여 공개적으로 남한을 핵 공격대상에 포함시키고, 비핵화와 핵 선제공격을 포함시킨 법령까지 통과시킨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해상훈련에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한 항모강습단을 보내 확장억제 약속을 지키고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우리의 뜻에 반하여 이미 2013년과 2017년에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기를 겪는 등 핵전쟁의 문턱이 특히 심리적으로 매우 낮아져 있어 참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2017년 하반기 북한이 잠재적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연달아 시험발사하고 수소탄 실험에 성공하자 미국은 대북 작전계획 5027에 80기에 달하는 핵무기 사용을 포함시키기도 했었다. 그리고 2018년 1월 1일, 김정은이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고 했고, 그 다음 날 트럼프는 자신의 핵단추는 '더 크고, 더 강력하며, 작동한다'고 되받았다. 정치지도자들이 핵무기를 어린애 장난감 취급하듯이 쉽게 입에 올렸던 것이다.

안보와 경제, 어느 하나를 포기하는 국가는 세상에 없다

프레시안 : 한반도에서의 핵 사용 가능성 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 사용을 언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핵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한반도는 안그래도 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인데, 핵 전쟁 위협을 낮추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백학순 :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미양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통한 확장억제 중심의 연합훈련은 한반도에서 핵 전쟁위협을 높이기 때문에 핵 전쟁위협을 낮추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압력과 제재만으로는 안되고 반드시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

현재 한미양국 정부가 군사‧안보 분야에서 확장억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있지만, 전쟁위협, 그것도 핵 전쟁위협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만큼 더욱 더 진정성 있는 대화와 협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논리적으로도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도 그렇다. 역사를 보면, 핵보유국들 간에 관계가 좋을 때는 상호 간에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대화와 협상의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의 여부가 우리 행동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에서 핵 전쟁위협을 감소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는 핵전쟁위협 문제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는 분단 77년, 정전체제 69년으로 악화될대로 악화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독자적인 발언권과 자주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의 의사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우리의 뜻에 반하여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핵전쟁위협의 상황, 우리 자신들과 후손의 생존과 발전이 걸려있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북미양국에 대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미동맹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민족화해, 평화정착, 평화통일을 이뤄나가는 맥락에서 자주성(남북 민족협력)과 국제성(한미 동맹협력)을 '문제해결적'으로 결합하면서 우리 땅에서 핵전쟁위협을 낮추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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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평양에서 열린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대중(왼쪽)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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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미중양국에 대해 균형전략을 회복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말씀이지만,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어서 당연히 가장 중요한 나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변 다른 나라들을 소원케 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지정학적 위치와 전략적 필요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강대국 간의 균형전략을 일방적으로 포기하고 눈에 띄게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경우, 외교에서 우리의 독립성(자주성, 자율성)의 수준은 하락하게 마련이다.

원칙적으로, 한미 안보협력과 한중 통상협력은 상호 대체적인 것이 아니고 상호 보완적이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도 '안보'와 '경제' 중에서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국민의 행복과 복지, 국가경영을 위해서는 둘 다 필요하다. 또 우리의 미중 균형정책은 북미양국의 충돌로 인한 핵전쟁위협을 낮추는 데서 한중양국이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를 미래 비전, 이익, 목표를 품은 현재, 즉 현재를 미래지향적인 현재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세상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지금처럼 악화된 상황이 지속되는 것만은 아니다. 나중에 언젠가 한반도에서 민족화해,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평화통일 등의 목표과 노력이 힘을 받는 시기가 올 때가 있을 것이다.

민족화해, 평화체제 수립, 한반도(북한) 비핵화, 평화통일을 이루겠다는 미래비전, 이익, 목표를 현재에 가져와 현재를 단순한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품은' 현재로 재구조화(재구성)함으로써 현재를 미래의 꿈과 비전이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현재로 만들고, 미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해 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그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 후손의 생존과 번영에 직접 관련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협력을 통한 확장억제 정책은 한반도(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정책이 아니다. 비핵화를 포기한다는 바탕 하에 북한의 핵을 인정하면서 핵 사용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대응이다. 그러나 우리가 후손을 위해 이루려는 미래는 핵무기 위협 없는, 핵전쟁위협 없는 한반도 아닌가.

당장의 남북대결, 북미대결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한반도에서 계속 핵 전쟁위협 위주로 국민 여론을 이끌어 가는 정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핵 전쟁위협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심리적인 좌절과 공포를 정치와 외교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타계하시기 얼마 전에 "역사는 확신을 가지고 보되 길게 보는 것이 옳다"고 말씀하셨다. 현재가 어려울 때 좌절하지 말고, 미래 비전, 이익, 목표를 현재에 가져와 현재를 '미래지향적'으로 끊임없이 재구성하면서 역사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믿음을 갖고 보면서 힘을 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현실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우리는 더욱더 강하게 미래 비전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장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역사를 길게 보면서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해나가면서 궁극적인 미래 비전을 실현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대중학술원 고문 (국내)

박 승 전 한국은행 총재·중앙대 명예교수, 백낙청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서울대 명예교수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 인요한 연세의대 국제진료센터장·가정의학과 교수

장 상 전 국무총리 서리·이화여대 총장,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성균관대 명예교수

조 은 전 한국여성학회장·동국대 명예교수, 최상용 전 주일대사·고려대 명예교수

한상진 중민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시인

■ 김대중학술원 고문 (해외)

에드워드 베이커(Edward J. Baker) 하버드-옌칭연구소(U.S : Harvard-Yenching Institute) 

브루스커밍스(Bruce Cumings) 시카고대학교(U.S : U. of Chicago) 

존 던 (John Mountfort Dunn) 케임브리지대학교(U.K : U. of Cambridge) 

앤서니기든스(Anthony Giddens) 런던정경대학교 (U.K :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김영웅 러시아아카데미 극동연구소(Russia Institute of Far Eastern Studies (IFES) of the Russian Academy of Sciences) 

한스-디터 클링게만(Hans-Dieter Klingemann) WZB 베를린 사회과학센터(Germany WZB Berlin Social Science
Center) 

이은정 베를린자유대학교(Germany : Free U. of Berlin)

이종원 와세다대학교(Japan : Waseda U.)

박한식 조지아대학교(U.S : U. of Georgia)

비자얀티 라그하반(Vyjayanti Raghavan) 자와할랄 네루대학교(India : Jawaharlal Nehru University)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학교(Japan : U. of Tokyo) 

장윤링(张蕴岭) 중국사회과학원, 산동대학교(China : Chinese Academy of Social Sciences (CASS)/Shandong U.) 

알렉산더 제빈(Alexander Zhebin)  러시아아카데미 극동연구소(Russia Institute of Far Eastern Studies (IFES) of the Russian Academy of Sciences) 

■ 김대중학술원 연구위원회 (국내, 가나다 순)

김귀옥 한성대학교, 김병로 서울대학교, 김신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김용철 전남대학교, 김학노 영남대학교, 김학재 서울대학교, 남기정 서울대학교, 노명환 한국외국어대학교, 박명림 연세대학교,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박현모 여주대학교,  백영서 연세대학교, 신범식 서울대학교, 신정호 목포대학교, 신진욱 중앙대학교, 유종성 가천대학교, 유종일 KDI 정책대학원,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이원덕 국민대학교, 이지원 대림대학교, 이희수 한양대학교, 임원혁 KDI 정책대학원, 장신기 김대중도서관, 전영선 건국대학교, 정병삼 숙명여자대학교, 최재덕 원광대학교, 한모니까 서울대학교, 한운석 고려대학교/Tübingen대학교,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황태연 동국대학교

■ 김대중학술원 연구위원회 (해외)

에릭 발바하(Eric J. Ballbach)   독일 국제안보연구소(Germany : Germa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and Security Affairs)

앙트완느 본다즈(Antoine Bondaz)  전략연구재단(France : Foundation for Strategic Research) 

존 덜러리(John Delury) 연세대학교

방수옥(方秀玉) 상하이 푸단대학교(China : Fudan U.) 

안토니오 피오리(Antonio Fiori) 볼로냐대학교(Italy : Bologna U.)

한센동(韩献栋) 중국 법정대(China : U. of Political Science and Law)

기미야 타다시(木宮正史) 도쿄대학교(Japan : U. of Tokyo) 

호프 메이(Hope Elizabeth May) 센트럴 미시간대학교(U.S : Central Michigan U.)

마르코 밀라니(Marco Milani) 볼로냐대학교 (Italy : Bologna U.) 

신디프 미쉬라(Sandip Kumar Mishra) 자와할랄 네루대학교(India : Jawaharlal Nehru University)

하네스 모슬러(Hannes Mosler) 뒤스버그-에센대학교(Germany : U. of Duisburg-Essen)

존 닐슨-라이트(John Nilsson-Wright) 케임브리지대학교(U.K : U. of Cambridge) 

박동훈(朴东勋) 연변대학교(China : Yanbian U)

마리-오랑쥐 리베-라산(Marie-Orange Rivé-Lasan) 파리시테대학교(France : Université Paris Cité)

송지영 (Jay Song) 맬버른대학교(Australia : U. of Melbourne)

서재정 국제기독교대학교 (Japan International Christian University)

알렉산더 보론초프 (Alexander Vorontsov) 러시아 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Russia Institute of Oriental Studies (IOS) of the Russian Academy of Sciences (RAS)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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