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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유럽 "러, 가스관 고의로 파손"…이 와중에 지정학 리스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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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시장 대혼란 ◆

매일경제

27일(현지시간) 덴마크 보른홀름섬 인근 해역의 노르트스트림-2 해저 가스관에서 가스가 유출되면서 지름 1㎞가 넘는 물보라가 발생했다.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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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의 해저 구간에서 누출 사고가 잇따르자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불안감을 부추겨 금융시장 혼란을 증폭시키려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복합) 공격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러시아 내부적으로 우크라이나전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동원령 반대 시위 등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자본시장에 리스크 요인을 추가해 서방세계를 향한 경제 테러에 나섰다는 것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노르트스트림 가스 누출 사고에 대해 러시아가 정치적 의도로 저지른 파괴 행위(사보타주)로 규정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가동 중인 유럽 에너지 기간시설을 어떤 방식으로든 훼손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이는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의도적 행위라는 게 당국의 평가고, 사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도 이번 사건을 사보타주로 규정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번 가스 누출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라며 사실상 러시아를 겨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 공급난은 EU의 경기 후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올해 4분기 경기 후퇴에 빠지면서 올해 3분기~내년 1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0.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2021년의 10% 수준에 그칠 것으로 가정한 결과다. 여기에 더해 2010년 같은 강추위가 닥치고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이 제한적이며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막히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같은 기간 유로존 성장률이 -4.7%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전망했다.

반면 러시아는 국영매체를 통해 가스관 누출 책임이 서방에 있다며 맞서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문제로,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미국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며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받는 가스 공급 감소분을 채워주기 위해 대유럽 판매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스관 사고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암시한 것이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과 덴마크 해역의 노르트스트림-1에서 가스 누출이 2건 발생했다. 전날에는 덴마크 해상교통 당국이 노르트스트림-2의 2개 가스관 중 1곳에서 누출이 발생했다며 주변 해역에서 선박 항해를 금지했다. 누출 사고는 모두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일어났으며 양국은 누출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러시아는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점검을 위해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으나, 점검 완료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돌연 누출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한 바 있다. 노르트스트림-2의 경우 준공은 됐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승인되지 않은 상태다. 가스관 누출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한때 10%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안두원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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