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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마음에 진한 물결을 일게하는… 평생 읽는 ‘반려 그림책’ 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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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용 그림책 내는 1인 출판사

‘오후의 소묘’ 대표 서지우 인터뷰

‘인생은 지금’ 등 내는 책마다 중쇄

“할머니가 돼서도 펼쳐보고 싶은…

짧아도 여운 남는 이야기가 좋아”

조선일보

사진 / 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오후의 소묘에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출판하는 서지우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9.7. /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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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인 20~40대 여성들이 “믿고 본다”며 응원하는 출판사가 있다. 2019년 문을 연 1인 출판사 ‘오후의 소묘’.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낸다. 스페인 출신으로 ‘작가들을 위한 일러스트레이터’ 소리를 듣는 비올레타 로피즈가 그린 ‘섬 위의 주먹’이 첫 책. 지난달 나온 프랑스 작가 파니 뒤카세의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까지 모두 21종을 냈다.

레이스 커튼 사이로 오후의 햇살이 길게 기지개를 켜던 지난 7일, 서울 응암동 사무실에서 서지우(37) 대표를 만났다. ‘소묘(小猫)’는 ‘작은 고양이’라는 뜻. 어른 그림책과 어린이용의 차이를 묻자 서 대표는 말했다. “어른들은 자그마한 충격을 주면서 마음에 파문을 계속 일게 하는 책을 좋아해요. 명확한 주제가 있다기보다는 ‘아 그게 무엇이었을까’ 하는 질문을 남기는 책들. ‘어른이 유치하게 왜 그림책을 읽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굉장히 짧은 시간을 들여 긴 여운을 남기는 건 그림책이 독보적이라 생각해요.”

조선일보

사진 / 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오후의 소묘에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출판하는 서지우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9.7. /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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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출판사 편집자 출신인 서 대표는 프리랜서로 독립한 후 그림책 에세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어크로스)를 만들면서 그림책에 빠졌다. ‘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읽자’는 마음으로 출판사까지 차리게 됐다. 만드는 이의 가치관이 확고하기 때문일까. 오후의 소묘 책은 매번 중쇄에 들어갈 정도로 꾸준히 팔린다. 가장 많이 읽힌 건 ‘인생은 지금’(다비드 칼리 글, 세실리아 페리 그림). 은퇴 후 새 인생을 시작하는 노부부 이야기를 따스한 색조로 그렸는데 지난해 3월 출간 이래 8000부 팔렸다. 소년과 이웃 할아버지의 우정을 그린 ‘섬 위의 주먹’(엘리즈 퐁트나유 글,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 죽음을 주제로 한 ‘할머니의 팡도르’(안나마리아 고치 글,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도 각각 5000부가량 팔렸다. 서 대표는 “이야기가 아무리 좋아도 한 장면이라도 마음에 남지 않으면 그림책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 출판사에서 낸 책에는 내가 처음부터 반한 장면이 꼭 하나씩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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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오후의 소묘에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출판하는 서지우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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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소묘에서 내는 그림책의 역자는 대개 두 명. 번역가 정원정씨와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를 쓴 그림책 전문가 박서영(필명 무루)씨가 단골 역자. 정씨가 우리말로 옮기고, 박씨가 윤문한다. “짧고 쉬운데 왜 역자가 두 명이어야 하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지만 저는 그림책 번역이 짧기 때문에 더 공이 많이 든다고 생각해요. 단어 하나에 뉘앙스가 많이 바뀌고 주로 입말이라 한 글자, 한 음절이 중요하니까요”

아이들 그림책은 아이가 크면 버리거나 남을 주게 된다. 반면 어른들은 그림책을 오래 간직한다. “우리 책이 ‘반려 그림책’이 되면 좋겠어요. 제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계속 펼쳐 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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