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시장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치하겠다.”(22일)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0.75%포인트 금리 인상 결정에 달러당 원화가치가 1400원대로 밀렸다. 바닥 모르는 원화 값 추락(환율은 상승)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발언 강도를 높였다. “모색하겠다”에서 “조치하겠다”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달러당 원화 값이 1400원 선을 뚫고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만큼 적극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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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 1단계는 ‘내부자들’ 단속이다. 국내 연기금과 수출입 기업의 과도한 달러 환전 수요, 달러 쟁여두기가 외환시장 불안을 한층 부추긴다는 정부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이날 추 부총리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환율 수준 이면에서 가격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요인에 대해 촘촘히 관리해나갈 것”이라며 “연기금 등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 흐름, 수출ㆍ수입업체의 외화 자금 수급 애로 해소 등 외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시장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선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를 협의 중”이라며 “조만간 협의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원화와 한은이 보유한 달러화를 맞바꾸는 협약을 뜻한다. 국민연금이 해외에 투자할 때 필요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직접 조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환율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한은과 국민연금 간 통화스와프 재개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수출입 기업 간담회 등을 통해 기업들에 달러 사재기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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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정부는 ‘최후의 보루’인 한ㆍ미 통화스와프 군불 때기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양국이 필요시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이날 날아들었다.
물론 지난 7월 추 부총리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회담에서 발표한 내용과 같은 데다 한ㆍ미 통화스와프 문구도 없었다. 대신 양국 정상이 ‘유동성 공급 장치’를 직접 언급하면서 향후 한ㆍ미 통화스와프를 맺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한층 키웠다.
하지만 수출입 기업 단속도, 한은ㆍ국민연금 간 통화스와프도 근본적 처방은 못 된다. Fed가 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계속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다. 한ㆍ미 간 기준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달러 가뭄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하고 9월 수출 실적이 꺾인 것이 공식 지표로 확인되면 더 큰 문제다.
환 손실을 무릅쓰고 ‘달러를 그만 사라’는 정부 발언이 국내 수출입 기업에 먹힐 리 없다. 국민연금도 확실한 안전판이 못 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국민연금은 한은과의 통화스와프, 해외 주식 투자 중단 등으로 외환시장 후면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극심한 달러 가뭄으로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 선이 무너질 상황에 처하자 한은이 먼저 달러 확보가 급하다며 국민연금에 통화스와프 중단을 통보하기도 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2008년 10월 첫 체결 당시 달러당 원화가치를 단숨에 200원 이상 끌어올리는(환율 하락) 강력한 효과를 냈지만 그때뿐이었다. 금융위기가 닥쳤던 기간 중 원화 값이 가장 낮았던(달러당 1570.3원) 때는 한ㆍ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난 이후인 2009년 3월이었다.
‘킹 달러’란 대외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외환시장 겨울은 피해갈 수 없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올해 4분기(10~12월)에도 달러 강세 압력은 이어질 전망”이라며 “4분기 외환시장 동향은 예측된 위험(risk)이 얼마만큼 현실화돼 위기(crisis)로 발현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짚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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