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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농장 과일 따고 청첩장 접기 야근… 새마을금고 이사장 ‘도 넘는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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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에 밥짓기 등 강요 이어

직장갑질119, 추가 피해 공개

중앙회장 ‘세대차’ 해석도 비난

#1. 새마을금고 직원 A씨는 이사장 자녀 결혼식을 앞두고 청첩장을 접는 야근을 했다. 그는 “성희롱, 연차사용 제한, 육아휴직자 승진 배제, 화장실 청소 강요 등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갑질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이사장과 함께 일하는 이사의 친인척들은 승진, 인사발령, 연차사용에 특혜를 받고 있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2. 새마을금고 직원 B씨는 주말이면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농장에서 과일을 땄다. B씨는 “이사장은 강요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인사 불이익이 두려워 직원들은 농장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휴일 근무수당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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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최근까지 새로 접수한 새마을금고 갑질 피해 사례를 공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직장갑질119는 전북 남원 새마을금고에서 여성 직원에게 밥 짓기, 설거지, 빨래 등을 시킨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단체는 이후 전국 곳곳의 새마을금고 직원들에게서 추가 제보가 이어졌다며, 특히 이사장이 막강한 인사권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사적 용무를 시키거나 술자리를 강요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단체는 새마을금고가 ‘갑질’을 ‘세대 차이’로 치부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은 지난 5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문에서 “최근 새마을금고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매년 신규직원 채용 규모가 확대되어 젊은 신세대 직원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젊어지고 있지만 직원 간 세대의 폭은 넓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갑질을 세대 간의 인식 차이로 만들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직장갑질119는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해야 할 일은 용기 내 제보한 새마을금고 직원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가해자를 철저하게 분리시키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이라며 새마을금고 중앙회에 △전국 1300개 새마을금고 익명 전수조사 △새마을금고 이사장 소규모 직장갑질 예방교육 △직장갑질 특별조사팀·특별신고기간 운영 등 긴급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새마을금고는 소규모 사업장인 동시에 지역에서 서로 다 아는 관계일 가능성도 있어 갑질 사건이 드러나기 쉽지 않다”며 “알려진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 전수조사, 실질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예방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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